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주도했던 장하성(65)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스스로에 대해 “이상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경제 상황과 민생 경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읽히지만 자신의 철학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념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장 전 실장은 지난 26일 서울 고려대 LG-포스코경영관에서 열린 정년퇴임식에서 자신을 “이상주의자”라고 소개하면서 “물론 나름대로 현실에 뿌리를 내린 이상주의자이고 싶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젊었을 때는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미래, 무지개가 있다고 믿고 무지개를 쫓아다녔지만 세월이 흐르고 경험도 생기고 하다 보니 무지개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계속해서 철없이 무지개를 좇는 소년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고용·소득분배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사회를 보다 낫게 만들겠다는 제 개인적인 열정은 지속될 것”이라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장 전 실장은 모교인 고려대 경영대로 복귀해 명예교수로 활동해왔다. 이날 퇴임식은 경영대의 주최로 비공개로 진행돼 내부 인사 위주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장 전 실장은 정치를 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치는 제 관심사가 아닌 것 같다”며 “현실 정치에 정치인으로서 참여하는 것은 과거에도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했다. 장 전 실장은 “이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겠다는 제 개인적인 열정은 지속될 것”이라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고 강조했다.
30년간 재직한 고려대 교수직에서 물러나면서 장 전 실장은 후배 교수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경영학은 현실 밀착형 미시적 학문”이라며 “우리가 속한 시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경영학자로서의 역할에 좀 더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장 전 실장은 1990년부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는 등 경제 분야에서 활발한 시민운동을 펼쳤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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