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팽팽하게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검토한 후 다음 기일인 3월 6일 재판에서 보석 여부를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새 재판부가 구속 만기인 4월 8일 전까지 10만 페이지의 기록을 읽고 검토해 판결을 쓴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재판부는 법원의 정기 인사에 따라 이달에 재판장과 주심 판사가 바뀌었다. 변호인은 “보석 청구의 본질은 충실한 심리를 위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이 아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방어권 보장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이 거의 1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기억력이 감퇴하고 있고, 최근엔 백혈구 수치가 급증해 외부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건강상태까지 고려해서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부 변경은 보석 허가 사유가 될 수 없고, 건강상태 역시 석방돼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이 수감된 동부구치소엔 급사 위험 환자로 분류된 수감자도 아무 문제 없이 관리되고 있다”며 “심장질환에 따른 돌연사 위험을 이유로 보석을 청구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경우도 기각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피고인의 잇따른 보석 청구 등을 언급하면서 보석 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고 강조하며 “엄격하고 공평·타당한 법 적용을 통해 보석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들은 뒤 다음 달 6일 재판에서 보석 허가 여부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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