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캐나다 법무장관이 퀘벡의 대형 건설사인 SNC라발린 뇌물사건 수사 당시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트뤼도 총리가 올해 말 총선을 의식해 지역구 대표기업의 ‘봐주기 수사’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그의 도덕성이 치명상을 입은 것은 물론 재선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은 27일(현지시간)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SNC라발린 뇌물 사건과 관련해 “트뤼도 총리와 총리실 및 정부 인사로부터 (검찰의) 기소 결정과 관련해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치적 간섭이 있었다”며 “재임 중이던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열 차례의 전화와 열 번의 면담, 그리고 문자 메시지 등으로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9월17일 트뤼도 총리가 SNC라발린의 형사처벌을 면해주기 위해 기소유예 처리를 압박했다며 총리가 사건 처리에 따른 지역 일자리 손실과 회사 이전 등을 우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 개각에서 보훈장관으로 발령 났으며 2월12일 장관직에서 사임했다.
SNC라발린은 캐나다 최대 종합 건설·엔지니어링 회사로 2001~2011년 리비아에서 공사 수주를 위해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015년부터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현지 매체인 글로브앤메일은 최근 SNC라발린이 수년간 기소유예를 받기 위해 대정부 로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총리 측이 법무장관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회사 소재지인 퀘벡은 선대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 이래 트뤼도 가문의 정치적 고향으로 트뤼도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인 퀘벡 유권자를 의식해 외압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초 외압 의혹을 “거짓 뉴스”라고 주장하던 총리는 이번 폭로가 나오자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은 있으나 전적으로 그가 결정한 일”이라며 “외압으로 느꼈다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고 해명했다.
야권은 트뤼도 총리의 즉각사퇴를 요구하며 사법당국에 수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제1야당인 보수당의 앤드루 시어 대표는 “총리가 통치를 지속할 수 있는 도덕성을 상실했다”며 “이런 모습은 캐나다가 아니다”라고 트뤼도 총리의 사퇴를 주장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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