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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결렬]트럼프 "만족스럽지 않은 합의 하느니…제대로 하기 위해 안했다"

['핵담판 무산' 기자회견]

김정은 위원장 훌륭한 지도자지만

오늘 서명 했다면 마음에 안들었을 것

몇주 이내 합의 다시 이뤄지길 기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노이=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 간 핵 담판이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결렬된 것과 관련해 “제재가 쟁점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자리였던 하노이 핵 담판이 결국 비핵화의 눈높이와 제재완화를 둘러싼 양측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차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훌륭한 지도자이고 우리 관계는 매우 돈독하다”면서도 “이 시점에 옵션이 여러 개 있었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실제 많은 진전을 이뤘으나 끝까지 가지 못했다”며 “김 위원장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 세계가 원하는 북한 비핵화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주 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이날 오후4시(한국시각 오후6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갑작스레 단축되면서 오후2시로 앞당겨졌다. 당초 정오와 오후2시께로 각각 예정됐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이 취소된 탓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두 정상은 비핵화와 경제 주도 구상을 진전시킬 다양한 방식을 논의했다”면서 “다만 현시점에서는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의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재가 쟁점이었다”고 답해 북한 비핵화와 그에 따른 제재완화에서 이견이 있었음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제재완화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며 “북한이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줘야지만 우리도 제재완화를 해줄 수 있다”며 “만족스럽지 않은 합의를 하느니 제대로 하기 위해 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 핵시설과 관련해 “영변 외에 발견한 게 있었다”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 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데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에 동석한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 (핵) 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북한의 핵시설 사찰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 합의 결렬로 대북제재는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더 강화할 생각은 없다”고 언급해 추가 제재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의사가 있다”며 “제재와 관련해 여러 국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한국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의 차기 회담에 대해서는 “차기 회담이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안 열릴 수도 있다”며 북측의 태도 변화에 후속 만남이 달려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도 김 위원장에게 ‘존경’까지 표하며 “반드시 굉장히 좋은 성공을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고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김 위원장도 이틀째 ‘훌륭한 대화’를 하게 됐다며 “나의 직감으로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비핵화할 준비가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위원장이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찍이 들었던 것 가운데 최고의 답변”이라고 치켜세우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외신들은 김 위원장이 서방 언론 앞에서 일문일답에 응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장면으로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신들은 급반전된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2차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collapse)됐다”며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래 회담(전망)도 의문에 휩싸였다”고 전했으며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미국이 제재를 해제할 용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 결렬은 사실상 ‘외교적 실패(diplomatic failure)’라고 평가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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