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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실패로 끝난 북핵 담판 앞으로가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8일 핵 담판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큰 기대 속에 시작됐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당초 예상과 달리 무거운 숙제만 남긴 셈이다. 공식적인 합의문조차 도출하지 못한 충격적 결과에 북한 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백악관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며 “북미 협상단은 후속 회담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전면적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인 핵 폐기 의제는 미국이 요구해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모호한 선언은커녕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한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선언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더해 감춰진 다른 핵시설 폐기까지 포함한 가시적 비핵화 실행조치를 원했다. 반면 북한은 핵 폐기 자체에 완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상응 조치로 전면 제재 완화를 요구해 현격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예상치 못한 2차 북미 정상 간 담판 결과는 국제사회에 큰 과제를 남겼다.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연 이후 북 비핵화를 위한 무대가 마련됐지만 결국 아무 결실도 거두지 못하고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해졌다. 자칫 상황관리를 잘못하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또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지만 핵 폐기를 위한 첫 단계인 핵물질·시설 신고조차 거부했다. 북한이 베트남과 같은 고속발전을 이루려면 핵 폐기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한다. 여기에다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검증장치까지 갖춰야 국제사회는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경제지원을 이끌어줄 수 있다.



엄청난 숙제를 남긴 이번 하노이 담판 이후 북핵 해결 과정에서는 냉정한 판단력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신한반도 평화체제’도 그 토대에는 완전한 비핵화가 있어야 한다. 확실한 핵 폐기 안전장치가 갖춰질 때까지는 제재 해제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남북 협력에 연연할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대북 제재 유지’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북한도 핵만이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하는 유일한 보검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핵 폐기 로드맵과 투명한 검증장치가 갖춰진 진정한 평화체제가 유일한 생존 루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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