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우리는 전면 해제를 주장한 적이 없다”며 “미국 측이 영벽핵시설 폐기 조치 외 한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3월 1일 자정을 넘은 시점에서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리 외무상은 “질문은 받지 않겟다”고 운을 뗀 후 북측 입장에서 협상 실패 원인을 설명했다.
리 외무상은 “조미 양국 수뇌분들은 훌륭한 인내력 자제력 가지고 이틀 간에 걸쳐 진지한 회담을 진행하셨다”며 “지난 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수뇌 상봉과 회담에서의 신뢰 조성과 단계별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인 제안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 외무상은 북한의 과도한 제재 완화 요구가 협상 결렬의 배경이라는 관측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다”며 “구체적으로는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11건 가운데서 2016~2017년 채택 된 5건, 그 중에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원했다”고 밝힌 것과 대치되는 내용이다
그는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것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는 설명도 추가했다.
리 외무상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향후 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리 외무상은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면서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심야 입장 발표를 마무리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협상 결렬에 따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심경을 대신 전했다. 최 부상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식 계산법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며 “미국의 반응에 조미거래 의욕을 잃지 않았나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