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2일(현지시간) 사상 첫 유인캡슐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8년 만에 미국이 유인우주선 시대를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 ‘크루 드래곤(Crew Dragon)’을 탑재한 팰컨9 로켓은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2시 49분(한국시간 2일 오후 4시 49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 있는 역사적인 39A 발사대에서 크루 드래곤의 ‘드래곤 데모-1’ 버전을 탑재한 채로 발진해 우주 공간을 향해 날아갔다.
발사장 주변에는 5,000여 명의 우주항공 팬들이 모여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같은 시각 캘리포니아주 호손의 스페이스X 통제센터에서도 환호성이 터졌다.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바라본 로켓은 암흑의 우주 공간으로 활처럼 휘어지며 유려한 궤적을 그려 한 편의 ‘우주쇼’를 연출했다.
스페이스X와 미 우주항공국(NASA)은 발사 후 11분 만에 캡슐이 로켓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돼 궤도에 안착했다고 확인했다. NASA 짐 브리덴스타인 국장은 “이번 발사는 매우 중대하다. 오늘 우주 비행의 새로운 시대를 대변한다. 2011년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미국 땅에서 미국이 만든 로켓으로 미국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기 직전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 캡슐은 27시간 우주 비행 후 3일 오전 6시께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하고 닷새 뒤인 8일 ISS에서 연구샘플을 전달받아 탑재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캡슐은 대서양에 떨어져 케네디센터로 옮겨올 예정이다. 팰컨9 로켓 1단계 추진체는 발사 지점에서 약 500㎞ 떨어진 플로리다 해안에서 수거했다. 이는 스페이스X의 통산 35번째 로켓 재활용 성공으로 기록됐다.
다만 유인 캡슐이지만, 이번에는 최종점검 차원에서 우주인이 타지 않고 인간과 같은 형태의 마네킹 ‘리플리’가 탑승했다. 리플리는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시거니 위버가 연기한 우주인에서 따온 이름이다. 리플리에는 두 대의 모니터와 각종 센서가 장착돼 향후 우주인이 비행 과정에서 부딪힐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캡슐 내부 장치들이 정상 작동하는지 체크한다. 스페이스X 창립자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리플리 사진을 올리며 “그동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사실 좀 진이 빠지는 느낌이다. (2002년 창립한 스페이스X를 지칭한 듯) 17년이나 걸렸다. 우리는 사람을 (우주공간에) 보내지 못했지만, 올해는 희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크루 드래곤에는 약 180㎏의 보급품과 실험장비가 실렸다. ISS의 미국 우주인 앤 맥클레인과 캐나다 우주인 데이비드 세인트-자크스가 우주 공간에서 크루 드래곤의 캐빈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NASA는 스페이스X 유인 캡슐 실험이 성공할 경우 그동안 러시아 소유스 캡슐에 의존해오던 것에서 벗어나 미국의 유인우주선 프로젝트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 항공우주 매체들은 “미국 땅에서 8년의 공백을 깨고 유인우주선 시대를 다시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이후 중단된 미국의 유인우주선 발사가 부활하게 된다. NASA는 30년간 지속해온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종료한 이후로는 ISS에 미국 우주인을 보낼 때마다 1인당 8천200만 달러를 주고 소유스 캡슐을 이용했다.
NASA는 유인 캡슐 무인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발사과정에서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비상탈출시스템을 시험하는 과정을 5~6월 진행하고 오는 7월 실제 유인 우주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우주인이 돌아올 때는 캡슐이 대서양에 떨어지기 전에 지구 대기권에서 대형 낙하산을 타고 탈출해 무사 귀환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이날 발사장에서는 유인 캡슐에 탑승할 미국 우주인 더그 헐리와 밥 벤켄이 나와 시험발사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머스크는 유인 캡슐 탑승 후보인 두 우주인에게 “좋은 우주선이라고 생각하냐”라고 물었고 벤켄은 “오늘 (발사에) 성공하는 것을 보니 우리에게 많은 자신감을 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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