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팔레스타인과의 실질적인 외교채널을 담당하던 예수살렘의 미국 총영사관을 공식적으로 폐쇄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에 통합시키면서 팔레스타인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이날 팔레스타인의 외교 업무를 수행했던 예루살렘 총영사관의 지위를 강등했다. 총영사관은 이스라엘 대사관 산하에서 ‘팔레스타인 부(Palestinian Affairs)’라는 이름으로 기능하게 된다.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업무는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가 총괄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이스라엘과의 협정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교착상태에 빠진 중동 평화협상 타결을 위해 팔레스타인에 압박을 가하는 것을 통폐합의 원인으로 꼽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미국은 흔들리지 않는 세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며 “이스라엘의 정당방위를 제재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포함한 그 어느 기관과 개인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ICC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유혈 사태에 대해 이스라엘 시위대의 무력 진압이 전쟁범죄 구성 요건을 갖췄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2003년 창설된 ICC는 내전 학살과 인권 탄압 등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범죄를 다루는 국제기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하며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공식화했다. 지난 5월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면서 동예루살렘과 서안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배권을 암묵적으로 승인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자국의 통합수도로 간주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도 동예루살렘을 자신들의 미래 수도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는 유엔기구 UNRWA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까지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팔레스타인 측으로부터 “미국의 ‘평화를 위한 행보’가 이미 이스라엘 측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거센 반발을 샀다.
사입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미국의 결정에 “강대국의 벌주기식”이라며 “미국은 역사의 잘못된 편을 들며 전쟁 범죄자들을 옹호하고 ‘두 국가 해결안(two-state solution)‘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 통신은 “‘친(親)이스라엘, 반(反)팔레스타인’ 기조로 분열을 야기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으로 분석된다며 “미 행정부가 평화를 위한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이어갈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최정윤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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