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부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이 국영 세바은행을 중심으로 6개 은행 통폐합에 나선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 국영 세바 은행이 안사르, 가바민, 헤크마트, 메흐 에크테사드, 코사르 등 5개 이란 은행을 합병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 중앙은행은 합병 이유로 금융시스템 안정화와 재정 건전성 유지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에서 탈퇴하고 8·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화폐 가치 폭락과 인플레이션은 물론 대외무역까지 망가지는 등 이란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이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40%에 이르렀고, 리알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0% 가까이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란 금융당국은 은행 방만 경영에 제동을 걸고 재정 투명성 제고와 부실 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 은행 합병은 필수적이라 판단했다.
■합병 숨은 배경은?
이란 경제 전반 주물럭거리는 군부 막강 권력 억제
로하니 대통령 노력의 결과라는 해석도 있어
금융 효율성을 꾀하고 안정화 시키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세바은행을 중심으로 한 이란 은행 합병은 은행뿐 아니라 에너지, 통신 등 이란 경제·산업 부문 전반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이란 군부의 막강한 권력을 억제하고자 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계산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이란 내 대표적 강경파 군부세력인 이란혁명수비대는 온건개혁파인 로하니 정부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다. 이란 정부는 테러 자금 차단 등 금융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입을 추진 중이나 강경 보수파와 군부의 반발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프랑스, 독일, 영국은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에 맞서 유럽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합법적으로 이란과 거래하도록 하는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를 발족하면서 가동 조건으로 이란의 FATF 가입을 내걸기도 했다. 이란 내 강경파들은 인스텍스를 2015년 JCPOA와 유사한 굴욕에 비유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은행 합병은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는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로하니 대통령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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