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관련 부처에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9개월 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특히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기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미국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을 협의하겠다”며 직접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직접 언급했던 것에 비하면 경협과 관련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의 경우 북한에 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현물로 지급하는 제재 우회 경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고 판문점, 평양선언에 금강산과 개성공단 재개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들 사업 추진 의사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매우 아쉽지만 북미 양국이 대화를 통해 이룬 매우 중요한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완전한 폐기가 논의됐다”며 “북한 핵 시설 근간인 영변 핵시설이 미국 참관과 검증 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되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영변의 완전한 폐기를 비핵화의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보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또 “부분적인 경제 제재 해제가 논의됐고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도 논의됐다”며 “이는 영변 핵 시설이나 무기 등 핵 물질이 폐기될 때 미국 전문가와 검증단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실용적인 계기이고 양국 간 관계 정상화로 가는 중요한 과정으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합의 불발에도 양국이 서로 비난하지 않고 긴장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며 “시간이 좀 걸릴 지라도 이번 회담이 더 큰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역설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처에 “북미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입장 차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며 “종국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믿지만 대화와 교착이 오래되는 것은 바라지 않음으로 실무대화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3.1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신한반도 체제 개념을 분명하게 정립하고 실천 가능한 단기적, 중장기적 비전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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