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잿빛 먼지가 걷힌 하늘은 볼 수 없었다. 수도권 비상저감조치가 사상 최초로 닷새 연속 발령되면서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 악화된 국민 여론을 의식한 국회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해 4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재난’의 정의규정에 미세먼지가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이 법에 따른 안전관리의 대상임을 분명히 해 국민의 건강권, 생명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다. 지난달 21일 강효상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회재난의 정의에 발전소, 사업장, 차량 등의 인위적 배출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명시하도록 법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5일 정부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하는 법안이 국회에 가 있고, 이번에 국회가 공전하지 않는다면 법안 자체는 통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세먼지 농도가 갈수록 짙어지고 ‘매우 나쁨’ 예보가 늘어나 국민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이고 여야가 나란히 비슷한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미세먼지를 하나의 재난으로 보는 법률 개정 자체에는 큰 난관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난으로 인정될 미세먼지의 피해 기준 마련을 고민하는 등 부처 간 관련 논의에 곧 착수할 전망이다.
미세먼지가 법적 재난으로 규정되면 정부의 비상저감조치 이행 합동점검 강화, 비상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가동 등이 법적으로 뒷받침된다. 다만 미세먼지 피해자에게 구호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 피해의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은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특히 미세먼지는 그 현상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진단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기준 설정이 더딜 수 있다. 가령 호흡기 질환 환자의 경우 기왕증의 영향인지, 미세먼지에 의해 더 악화했는지 등을 엄밀하게 따지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지난해 폭염과 한파가 법률상의 자연재난에 포함될 때도 어떤 사안을 폭염·한파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로 볼 것인가를 두고 적지 않은 논의가 있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피해 규정이 모호하고, 피해 집계 기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피해 규제가 이루어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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