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해양경찰서는 5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 화물선(씨그랜드호·5,998t)이 요트 2척과 바지선, 광안대교를 충돌한 원인은 음주 상태에서 판단 미숙으로 조타를 잘못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씨그랜드호가 요트를 충돌하고 난 뒤 ‘저속 우현 전타와 전·후진’을 반복했어야 하는데 ‘고속 우현 전타’ 하면서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는 게 해경의 설명했다. 빠른 속도로 배를 오른쪽으로 돌리려다 보니 회전반경이 커진 게 충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해경이 이날 공개한 씨그랜드호 항해기록저장치(VDR)와 조타실 내 폐쇄회로(CC)TV에는 선장이 욕설을 하며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광안대교를 피할 수 없다”는 1항사의 말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해경에게 요트와 충돌한 적 없다는 거짓 보고도 했다.
광안대교와 충돌한 뒤 술을 마셨다는 선장의 말도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목격자는 “10m 거리에서 선장을 봤는데 술을 마신 듯 얼굴이 분홍빛이었다”고 해경에 진술했다. 사고 당시 해경이 씨그랜드호에 정선 명령을 내린 뒤 선장을 상대로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86%였다. 선장은 사고가 난 뒤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위드마크 공식으로 해경이 확인한 결과 선장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출항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경은 씨그랜드호가 부산항을 입출항할 때 예인선을 사용하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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