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근육 관련 질환을 앓아온 이수연(40·가명)씨는 최근 찾은 병원에서 유전체검사를 받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약을 먹어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새로 한 검사에서 골수 관련 희귀질환으로 추정된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오씨는 “나의 병이 알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결과를 받았을 때 황당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올해 기준 정부가 관리하는 희귀질환은 모두 927종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내 희귀질환자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희귀질환자 수는 50만1,320명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의료 사각지대에 있어 희귀질환 확진을 받지 못한 환자까지 합하면 국내 희귀질환자가 1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희귀질환자는 여전히 사회적 무관심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다.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불과 5%에 불과하고 진단조차 어려운 병이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각국에서 한 번이라도 보고됐던 희귀질환이 7,000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국내에서 희귀질환으로 인정하는 927종의 8배가량 되는 수치다.
이들을 더욱 막막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다. 시장조사 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환자 1인당 1년간 희귀의약품 투여에 들어가는 비용은 14만443달러(약 1억6,000만원)로 비희귀의약품 연간 투여 비용인 2만7,756달러(약 3,000만원)의 5배가 넘는다.
희귀질환 사이에서도 ‘환자 숫자’에 따른 차별이 따른다. 환자단체인 환우회도 꾸리기 힘들 만큼 환자 수가 적으면 정부에 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다. 김재복 서울시어린이병원장은 “희귀질환 환자는 다른 질환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지원이나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기에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영탁·이지성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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