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신부 입장

신미나

날계란을 쥐듯

아버지는 내 손을 쥔다

드문 일이다

두어 마디가 없는

흰 장갑 속의 손가락

쓰다 만 초 같은 손가락

생의 손마디가 이렇게

뭉툭하게 만져진다





둥지 떠나는 새끼 새 인도하는 아빠 새는 나뭇가지마다 옮겨 다니며 한나절을 울지만, 날계란 같은 딸 손을 옮기는 아버지는 발걸음마다 속울음 고였을 것이다. 불면 날아갈 듯 쥐면 꺼질 듯 아깝다 변명했지만, 뭉툭한 손마디를 감추려 마음껏 손잡지도 못했을 것이다. 장갑으로 감추었지만 웨딩마치가 울려 퍼지는 짧은 동안 고스란히 들킨 것이다. 딸은 촛농처럼 울고 있지만 타다 만 초 같은 손마디는 어둠을 딛을 때마다 빛을 내줄 것이다.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