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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 외국인 숙련공 필요한데...나이·학력만 보고 '때우기식 채용'

<2>기업경쟁력 악화 부르는 고용허가제

현실 반영 못하는 취업비자제, 기업-인력 미스매칭 불러

한국어시험 통과했다지만 의사소통 안되는 경우도 허다

외국인은 "적성 안맞아" 툭하면 이직...불법체류자 전락도

경기 부천시 목재 가공업체에서 한 30대 미얀마 출신 근로자가 목재를 다듬고 난 후 톱밥 부스러기를 치우고 있다./부천=백주연기자




# 경기 부천시에 있는 목재 가공업체 C사에는 미얀마 출신의 30대 근로자 A(32)씨와 B(31)씨가 10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업무를 곧잘 하지만 B씨는 일뿐 아니라 한국어도 어눌해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한국에 올 때 전기공학을 전공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전혀 경험이 없는 목재 가공 회사로 오게 돼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업주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C사의 강모 대표는 “B씨는 무기력감에 빠져 있어 생산성이 낮다”며 “다른 작업장으로 옮기겠느냐고 물었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단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재 가공은 숙련도가 필요한 기술인데 시간이 지나도 B씨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며 “지금은 업계 특성상 비수기지만 성수기가 되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비전문 취업비자인 고용허가제(E-9) 등으로 외국인 인력이 한 해 수만명씩 유입되는 가운데 오히려 국내 산업 경쟁력은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 시행돼온 외국인노동자 도입 허용의 원칙이 기업들의 ‘인력부족’ 요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탓이다.

어떤 기준에 의해 외국 인력 도입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제대로 이뤄질 여유도 없이 그때그때 부족한 노동력 메우기에 급급했다. 일례로 기업주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현재 외국인 인력을 정부에 신청할 경우 중소기업 대표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나이’ ‘키’ ‘체중’ ‘학력’이 전부다. 해당 외국인근로자가 고국에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외국인 인력 노동시장에서 미스매칭 결과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알선할 때 알선장에 전공이나 경력 등을 넣도록 하고 있지만 누락된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1·4분기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의 외국 인력 신청률은 98.5%로 5년 만에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외국인노동자 채용 시 애로사항이 많자 중소기업들이 점점 이들을 기피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2018년도 외국인 신청업체 중 올해 1·4분기 미신청 중소 제조업체 1,17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외국 인력 고용동향 설문조사’ 결과 51인 이상 사업체 중 14.8%는 외국 인력 미신청 사유에 대해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불만’을 꼽았다. 특히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구체적인 작업 지시가 불가능하고 생산성이 낮다는 응답이 많았다. 중기중앙회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은 내국인 대비 87.4% 수준에 그쳤다. 경기 김포시에서 제조업체 D사를 운영하는 한모씨는 “고용허가제 등 정부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비자를 발급할 때 한국어 시험을 제대로 치게 하는지 의문”이라며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업무 방식의 차이 등으로 갈등이 생기면 사업주와 외국인노동자 모두 고통을 겪는다. 외국인노동자는 사업주가 사업장 변경에 합의해줄 때까지 태업으로 일관하다 잠적한다. 사업주는 외국인노동자의 급여를 깎거나 주지 않으려고 한다. 산업연구원의 ‘외국인 인력 도입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첫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 이내에 이직하는 외국인 비율은 전체의 38%에 달했다. 특히 기능인력 외국인 이직비율은 54.1%,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외국인 이직비율은 41%나 됐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신규 입국한 고용허가제 비자 외국인노동자 4만1,000명 중 1년 이내에 사업장을 옮긴 인원은 1만400명으로 25%에 달한다. 1년 이내에 이직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외국인들이 숙련 노동자로 키워질 기회는 사라지고 국내 산업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경기 부천시 목재 가공업체에서 일하는 미얀마인 노동자가 목재를 다듬기 위해 가공기계에 집어넣고 있다./부천=백주연기자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한 외국인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체류기간 중 이직할 곳을 구하지 못해 사업장을 이탈한 외국인들은 급여가 낮은 한계기업에 입사하거나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다 결국 불법체류자로 전락한다. 노동시장의 단기적 수요만을 고려한 저숙련 외국인노동자 유입이 한계기업을 존속시키고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업체에 외국인노동자들이 입사해 저임금을 받으면서 산업 구조조정이 늦어져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기반을 저해한다.

경기도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오피스텔 사업자는 “고용부에서 청년 취업을 위해 마련한 8평 남짓한 방에 불법체류하는 외국인노동자 4명이 함께 살기도 한다”며 “공식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등록할 여건이 안 되는 업체들이 오피스텔을 빌려 이들을 한곳에 모아 살게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실정에 맞게 외국인 인력의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주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고용허가제의 의의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국인노동자 유입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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