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진찰료 30% 인상 요구를 거부한 보건복지부와 대화 단절을 선언한 가운데 협회 회원 의사 10명 중 7명(72.4%)은 ‘투쟁과 대화 병행’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이 5일 발표한 ‘한국의료 정상화를 위한 투쟁’ 필요성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2월 22일~3월 3일) 결과다. 13만 회원 중 2만1,896명이 응답했는데 이 중 91.1%가 투쟁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자’(72.4%)는 응답자가 ‘일체의 대화를 중단하고 투쟁하자’(18.7%)는 회원의 3.9배나 됐다.
투쟁 방식도 전면적 단체행동에 찬성한 63.2%의 응답자 중 ‘전 회원의 무기한 휴업’(15%) 같은 고강도 투쟁보다는 ‘응급실·중환자실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분야 제외’(33.1%), ‘지역별 순차적 시행 또는 시한을 정해 피해·불편 최소화’(15.1%) 같은 중강도 투쟁을 원하는 회원이 더 많았다.
전면적 단체행동보다 대규모 집회·시위를 통한 문제 제기와 우호적 여론 조성(23.2%), 전공의법 준수와 의료기관 주 40시간 근무시간 단축을 통한 준법투쟁(13.7%)을 원하는 회원도 37%가량 됐다.
하지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경고성 24시간 전국 일제휴진과 같은 의사 총파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그런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고강도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협은 진찰료 30% 인상과 원외 처방료 부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달 12일 회원들에게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정부 투쟁 안내문’을 보내고 ‘정부와의 협의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또 복지부가 주최하는 회의나 위원 추천 등에 대한 전면 보이콧에 들어갔고 최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2기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를 구성했다. 이어 회원들의 총의를 모으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투쟁 참여와 관련해 회원들은 75.7%가 ‘참여하겠다’(반드시 24.5%, 가급적 51.2%), 20%가 ‘현재로서는 참여 의사가 없으나 진행 상황에 따라 참여할 수도 있다’, 2.1%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의료환경을 왜곡 시키는 낮은 의료수가와 최저임금제 시행 등으로 인한 의료기관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93.5%가 △강제 의약분업에 대한 재평가와 원내조제 허용, 성분명 처방 요구 등 약계의 처방권 침탈 시도에 대해서는 89.9%가 투쟁 필요성을 인정했다.
응답자 10명 중 약 7명(67.5%)은 ‘현재의 제도·환경에서는 대한민국 의료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몇 가지 문제가 생기더라도 지속 가능할 것’(28.7%)이라는 견해의 2.35배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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