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서 독립한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문제 논의를 위한 회의에서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취하는 제한 조치 때문에 서방과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벨라루스 제품의 러시아 시장 진출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온갖 방법으로 압력을 가하고 몰아내는 상황에서 널빤지 밑에 숨어 앉아 있으란 말인가”라고 러시아의 이중적 태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문을 닫으면 우리는 생존을 위해 다른 문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러시아가 옛 소련권 경제공동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혹은 EEU) 회원국 간의 자유로운 교역과 상품·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주도로 2015년 출범한 EAEU에는 러시아와 함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루카셴코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관계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벨라루스와 접경한 세 나라(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가 나토 회원국이며 우크라이나도 나토에 가입하려 갈망하고 있다. 이는 (벨라루스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다”라면서 따라서 벨라루스는 “나토와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그들을 적으로 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벨라루스를 25년째 통치해오고 있는 루카셴코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병합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연합(EU) 등 서방, 중국 등과 관계 강화를 모색하는 등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인상하면서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자국 수출품에 각종 제재를 가하면서 교역 장벽을 쌓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벨라루스가 만성적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서도 러시아가 자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형제국’ 벨라루스에 대한 특혜 조치들을 폐지하면서 양국 간 불화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