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으로 지목된 북한의 추가 핵시설 지역 ‘분강’의 실체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5일 분강이 영변을 포함한 행정구역을 지칭한다고 밝히며 일각에서 제기된 ‘새로운 핵시설’이라는 의혹을 에둘러 부인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외에 (미국이) 발견한 게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분강이라는 지역을 지칭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 정부가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방부·국정원 등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위와 북한의 추가 핵시설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피해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해 7월 철거했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시설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는 국정원의 언급까지 나와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 영변 외 핵시설이 위치한 지역으로 거론된 분강과 관련해 “행정구역 분강 안에 영변 핵시설이 위치한다”고 밝혔다. 서훈 국정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고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과 정보위 여야 간사인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했다. 이들 의원은 또 국정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을 서둘러 논의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한국당 정보위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이날 국방부가 “(분강은) 영변 지역 내에 있는 지명이고 영변 핵시설 포함 여부에 대해 우리가 공개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설명한 것과 관련해 “지도로 봤을 때 (영변보다) 분강이 더 크다”고 국정원 설명을 전했다. 이 의원은 또 “지금 말한 분강이라는 것은 행정구역명”이라며 “영변 핵시설이 포함된 행정구역이 분강이다. 분강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분강 안에 영변 핵시설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이 같은 설명은 해당 지역이 새로운 지역이 아니라 영변을 포함한 지역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 일각의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분강과 영변 핵시설을 하나의 묶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나온 추가 우라늄 농축시설을 비롯한 북한 핵·미사일 관련 시설에 대해서는 한미 군사정보 당국이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면밀한 감시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국정원의 설명을 전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북한 내 핵시설을 파악하는 정도에서 미국과 우리가 상당히 일치하나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얘기할 성격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영변 5㎿ 원자로는 지난해 말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며 현재 재처리시설 가동 징후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풍계리 핵실험장도 지난해 5월 폐기 행사 후 갱도가 방치된 상태로 특이 동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민기 의원은 “서 원장은 김 위원장이 5일 평양 복귀 후 하노이회담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전략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기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2차 북미회담 합의가 불발된 원인으로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북미 간 의견차를 꼽았다. 김 의원은 “국정원은 ‘미국이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포괄적 합의에 주력한 반면 북한은 단계별 순차적 이행에 주안점을 뒀다. 이에 따른 제재 해제 문제에서 이견을 보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북미 후속협상과 관련해 “향후 수주 내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제재 중심의 대북 압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대화의 끈도 놓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미국이 다시 북한을 향해 강온양면 전술을 재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회담 결렬에 대한 북한 측의 충격이 큰데다 톱다운 방식 전면수정 요구, 북한 핵 개발 능력에 대한 추가 의구심이 계속 나오고 있어 대화가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송종호·박우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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