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최대 90%까지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노딜 브렉시트 이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에 매주 유로화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노딜 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5일(현지시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영국이 EU와 통상합의를 체결하지 못한 채 탈퇴를 단행할 경우 영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되는 모든 관세의 80~90%를 인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다음 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투표가 부결될 경우 해당 내용의 세부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영국 정부의 대폭적인 무관세 정책은 자국 내 일부 제조업자들과 농부들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완성차와 소고기, 양고기, 유제품 등 전체의 10~20%를 차지하는 민감한 물품들은 무관세 품목에서 제외해 보호대상으로 남길 것이라고 스카이뉴스가 정부 관계자를 통해 전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자동차 부품과 곡물을 포함한 일부 농산물 등 대부분의 관세는 완전히 철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BBC 방송은 “세계적인 관점에서 대다수 수입품의 관세를 삭감하는 것은 대담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면서 “영국이 EU를 떠나도 자유롭고 개방적인 경제지대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메이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EU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5일 진행된 EU와 영국 측의 브렉시트 수석대표 회동에서도 여전히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와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노딜 브렉시트 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영란은행은 성명을 통해 노딜 브렉시트 이후 은행들이 현금경색에 처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과 긴급 통화 스와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이 ECB에 파운드를 주고 유로를 받아 자국 은행에게 매주 유로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EU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여전히 상당하다”며 급작스러운 탈퇴로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이 같은 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