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기관지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국 중·고등학교 교실 중 26%에만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환기도 되지 않는 교실에서 8시간 수업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6일 교육부는 지난달 유치원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등 전수 조사한 결과 전국 27만 2,728개 교실 중 41.9%(11만4,265개)에 공기청정기나 기계 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가장 열악한 곳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였다. 유치원 교실에는 97%, 초등학교 75%, 특수학교 73.9%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던 반면 중학교는 25.7%, 고등학교는 26.3%로 현저히 낮았다. 일례로 서울 초등학교에는 99.7% 교실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던 반면 중학교의 경우 8,913개 교실 중 약 15%에만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서울 지역 고등학교 역시 9,690개 교실 중 8,282개 교실(85.5%)에선 답답한 공기를 마셔야만 했다.
이러한 격차는 교육 당국이 예산 등의 한계로 우선적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애초 2020년 말까지 모든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완료 시기를 최대한 앞당긴 다음 중·고등학교에도 설치를 서두를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선 중·고등학교에도 올해 6만여 개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대전·충남·세종 지역은 관내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실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제주도의 중학교 공기정화 장치 미설치율은 99.7%에 달했다. 제주의 공기가 상대적으로 좋았기에 정화장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설치율도 7.8%에 불과했다. 도내 628개 중학교 1만 2,224개 교실 중에 957개 교실에만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한편 유치원·초등학교의 공기정화장치 설치율이 높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곳도 많다는 의견도 나온다. ‘숫자 채우기’ 식으로 설치하다 보니 장치에 들어가는 바람의 용량이 작아 공기 청정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공기 정화기를 설치하고는 있으나, 작은 용량 탓에 별 소용 없는 곳이 많다”며 “대용량의 공기 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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