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요. 이러다 국민 모두가 우울증에 걸리는 거 아닐까요”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6일 서울 등 수도권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6일째 시행됐다. 사상 처음이다. 전날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35㎍/㎥를 찍었다. 관측 이래 역대 최고 수치다.
정부는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다. 5일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에 공기 정화기를 서둘러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적극 대응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희뿌연 하늘에 한숨만 늘어가는 국민들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연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각종 대처법 등 미세먼지 관련 단어가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 “미세먼지 꼼짝마!”…이색 상품 ‘불티’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은 요원하고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에 “내 건강은 내가 지키자”는 사람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만 봐왔던 ‘공기를 사 먹는 일’이 현실이 됐다. 사람들은 지리산·한라산 등에서 담아온 맑은 공기를 스프레이로 들이마신다. 휴대용 산소 캔뿐만 아니라 가정용 산소발생기도 인기다. 공기를 산소와 질소로 분리해 산소를 공급해준다. ‘생존 필수템’으로 자리잡은 공기청정기는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내에서만이라도 맘놓고 숨쉬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미세먼지 창문필터도 인기다. 방충망 위에 설치하는 미세먼지 창문필터는 외부 공기와 함께 들어오는 유해물질 등을 걸러준다고 알려져 있다. 짙은 미세먼지에도 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바깥에서 돌아온 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는 의류관리기, 공기정화식물 등도 ‘실내 공기 지킴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외출할 때 필요한 이색 상품들도 눈길을 끈다.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한 아이들을 위한 유모차용 공기청정기가 그 중 하나다. 입소문이 나면서 아이들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넘쳐나는 미세먼지 관련 상품 가운데 방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제품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코 마스크가 대표적이다. 필터가 장착된 코 마스크는 콧구멍 입구에 끼워 사용하는 제품으로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코 마스크의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지난해 4월 “코 마스크는 황사 미세먼지부터 코, 입 등 전체적인 호흡기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며 “의약외품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 “다시 확실히 숙지하자”…‘Basic A to Z’ 미세먼지 기본 대처법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 공습에 일상 속 미세먼지 대처법 역시 다시금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필수다. 마스크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보건용을 고르는 게 좋다.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 마스크는 일반 방한용 마스크와 달리 ‘KF’ 인증 마크가 별도로 표기된 만큼 꼼꼼하게 골라야 한다.
렌즈보단 안경을 쓰는 게 낫다. 미세먼지의 다양한 유해 물질이 렌즈에 붙어 자극성 결막염, 안구건조증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외출 후엔 옷에 남아있는 먼지를 바깥에서 털고 들어와 집 안으로의 미세먼지 유입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피부와 머리카락에 붙은 먼지도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하는 건 기본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환기를 시켜도 되는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그래도 환기는 하기는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하루 3차례 10분씩 창문을 열어두는 게 좋다. 조리나 청소를 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탓에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과 같이 심각한 수준인 날에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게 낫다. 분무기를 뿌려 떠다니는 먼지를 가라앉히고 물걸레질을 하는 것도 집안 공기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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