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이 ○○의 날에 모든 관리들과 도시민들, 상인들은 일하지 말고 쉴지어다. 다만 농부들은 예외다. 씨를 뿌리거나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데 아무런 방해도 없어야 하느니라.’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321년 3월7일 선포한 ‘일요일 휴업령’의 골자다. 일요 휴무와 종교 활동이 이때부터 굳어졌다. 일요일 휴업령은 기독교 종파 간 주일 논쟁의 쟁점이기도 하다.
논란의 핵심은 ‘경건한 이 ○○의 날’이라는 문구. ‘○○’에 들어가는 단어는 기독교와 무관한 ‘태양’이다. 페르시아에서 시작돼 로마에 퍼진 ‘무적의 태양신(Sol Invictus)’ 신앙을 앞세워 일요 휴무를 강제한 것이다. 기독교를 공인하고 압류재산을 풀어주며 세제혜택까지 베푼 황제로 유명한 콘스탄티누스가 실은 태양신을 숭배했다는 증좌는 화폐에도 남아 있다. 콘스탄티누스는 로마제국 금화인 솔리두스의 앞면에 자신의 얼굴을, 뒷면에는 태양신의 모습을 새겨 유통시켰다.
일요일이 언제부터 쉬는 날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행성의 이름을 따 요일을 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그리스에도 ‘태양(sun)’의 ‘날(day)’인 일요일에 쉬는 관습이 일부 지역에서 있었다고 전해진다. 초기 기독교에서도 토요일인 안식일과 부활의 요일인 일요일을 주일로 혼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의 ‘세 종교 이야기’에 따르면 콘스탄티누스는 제국 통합을 위해 일요일 휴업령을 내렸다. 교세가 급속히 커가는 기독교와 로마의 신앙을 결합하려는 정책 목표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 외교관 출신 역사학자 줄리어스 노리치도 역작 ‘비잔티움 연대기’에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수많은 정적과 싸우며 내분을 증오했던 콘스탄티누스는 이교도보다 이단을 더 싫어했다. 막대한 후원금을 냈던 323년 니케아 공의회 개막 연설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신의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요를 전쟁이나 전투로 간주하겠소. 전쟁이나 전투보다 더 진정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하나가 돼야 합니다.”
콘스탄티누스의 개종 여부조차 여전히 의문의 영역이지만 확실한 것이 있다. 일요 휴무는 종교나 인종, 이념과 지역을 넘어 인류의 공통 문화라는 점이다. 휴무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1926년 임금 삭감 없이 도입한 주 5일 근무제를 넘어 주 4일 근무제로 향해 간다. 생산 활동을 위해 농촌은 휴무에서 제외하면서도 정치와 종교 분열은 극도로 꺼렸던 콘스탄티누스가 환생한다면 기겁할지도 모르겠다./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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