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레 제라치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로마 방문 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양해각서(MOU)를 공식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의 방문 기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더 많이 팔려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오는 22일 이탈리아를 방문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만찬을 갖고 주세페 콘테 총리와도 회동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이 전해지자 미국 측은 즉각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이탈리아를 경제적으로 도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탈리아의 국제적 평판에 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럿 마키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이탈리아를 포함해 모든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은 중국이 국제 기준에 따라 투자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유라시아·중동 및 아프리카 80개국 이상에 자금을 조달하고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 계획이 투자받은 국가들을 ‘빚의 덫’에 걸려들게 해 결국 중국의 전략적·군사적 영향력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지금까지 일대일로 관련 MOU를 체결한 국가 및 국제단체는 152곳으로, G7 국가 중에서는 전무하다. 이탈리아가 G7 중 처음으로 공식 참여하면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압박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유럽연합(EU) 내 분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 등은 중국이 일대일로 MOU 체결을 제안했지만 거절한 바 있다. 반면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은 중국에 좀 더 관대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어 EU 내에서 중국 투자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FT는 “EU 창설 멤버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행보에 따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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