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테크놀로지가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아 전 세계 13개 공장에서 최장 2개월간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르네사스의 올해 반도체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르네사스는 일본과 중국·말레이시아 등 국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총 14개 공장 중 13곳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일본 내 공장 6곳은 최장 2개월 동안 가동을 멈춘다. 신문은 “여름휴가 기간 등에 1주일 정도 휴업한 적은 있지만 1개월 이상의 생산 정지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이들 공장은 일왕 퇴위·즉위와 맞물려 10일 연휴가 있는 오는 4~5월과 8월 여름휴가 기간에 각각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네사스의 이번 결정은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경기 하강의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에 따라 재고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 주력사업인 반도체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르네사스의 올해 반도체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과는 제품군이 많이 달라 가동 중단이 특별한 득실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반도체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게 특징인데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르네사스는 NEC일렉트로닉스와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반도체 부문이 통합해 지난 2010년 출범한 기업으로 주력제품은 자동차·가전제품·산업기기 제어의 중추를 담당하는 반도체다. 르네사스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미국 반도체 업체 인티그레이티드디바이스테크놀로지(IDT)를 일본 반도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7,330억엔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반도체 수요 침체가 길어질 경우 이 같은 성장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기둔화 역풍에 직면한 르네사스는 국내 비용을 줄이기 위해 6월까지 그룹 직원의 5%에 해당하는 약 1,000명에 대한 감원도 진행하고 있다. /박민주·박효정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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