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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개각]'강성' 박영선, 불공정 거래 개선·'벤처 스케일업' 특명

<발탁 배경은>

朴 통해 중기부 위상 강화...공정위 등과 마찰 우려도

협상론자 김영철 '숨은 참모'...남북경협 완고한 시그널

진영, 朴정부때 복지부장관...뚜렷한 정치색 없어 장점

조동호·문성혁은 전문성 적극 활용해 실질 성과 기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4선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발탁함으로써 개혁 성향의 강성 정치인을 통해 중소·벤처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 박 후보자는 안희정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비문계(비문재인계)로 분류되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 개각 과정에서 박 의원을 일찌감치 점찍고 입각을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독특한 배경 때문에 박 의원 발탁은 이번 인사의 ‘백미’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박 의원을 중기부 장관에 내정한 것은 우리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오랜 소신과 중기부의 미약한 위상 등을 다각도로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만 중소·벤처기업인들과 세 차례 만날 정도로 중기·벤처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새해 첫 경제 일정으로는 ‘제조 스타트업’ 현장을 방문했고 이후에도 수차례 ‘혁신창업을 통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창업기업들을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스타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스케일 업’이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경제 분야로 꼽힌다.

박 후보자는 언론인 출신이지만 국회 내 ‘경제통’으로 분류되고 폭넓은 의정 경험을 쌓아 중기부의 위상 강화와 정책 추진력 확보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후보자가 재벌개혁 성향이 뚜렷하고 규제완화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 내각의 조화 측면에서 걸림돌로 지적된다. 박 후보자는 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은산 분리 완화나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의 개정에 격렬하게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다른 유관부서들과 중기부 간의 마찰이 일어날 개연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문 대통령이 이날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남북경협과 이를 발판으로 한 ‘신한반도체제’ 구상에 대한 뚜렷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지만 남북경협 등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소신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구상을 뒷받침할 남북 문제 전문가로서 김 후보자는 손색없는 이력을 갖췄다.



김 후보자는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남북경협 현장 경험을 쌓았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며 북핵협상과 남북회담에 관여했다. 그는 특히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도 임동원·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협상론자’로 꼽힌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김 후보자의 이론은 문 대통령의 코드와 상당히 일치해 있다. 문 대통령이 아껴놓은 ‘숨은 참모’를 북미회담이 결렬로 남북관계도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꺼내놓은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와 관련해 “남북공동선언을 속도감 있게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 실현을 위한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적극적으로 구현해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조동호 KAIST 교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문성혁 세계해사대 교수를 내정한 것도 ‘전문성’을 활용해 내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 후보자는 전기·전자·통신 연구에 매진해온 이동통신 전문가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5세대(5G) 이동통신 대응에 있어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평가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 중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의 경쟁력은 글로벌 선진국들에 못 미치는 반면 5G는 우리가 전 세계를 선도할 강점을 지닐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1월 대전을 찾아 “우리는 올 3월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한다”며 “디지털 시대의 선두주자가 됐다”고 천명했다. 이번에 조 교수를 과기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도 5G만큼은 우리가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자 역시 한국인 최초로 세계해사대 교수로 임명돼 국제무대에서 활동 중인 ‘항만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상선 1등항해사 출신이라는 현장 경험도 갖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해운업 재건, 해양 안전, 해양영토 수호, 수산업 육성 및 어촌경제 활성화 등 글로벌 해양강국 구현을 위한 해양수산 분야의 국정과제와 당면 현안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행정안전부 장관에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토교통부 장관에 최정호 전 국토부 차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박양우 전 차관을 임명한 것은 관료사회 안정 등을 고려한 인사로 풀이된다. 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지만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고 안전행정위원장 등을 지낸 점을 문 대통령이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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