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나오는 유명 요리사를 통해 얻은 환상은 모두 버리세요. 요리사란 고된 노동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노포의 장사법’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등의 저서로 유명한 박찬일 셰프에게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대뜸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요리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미래 가치가 없는 직업”이라며 “신기루와 같은 이미지의 환상을 깨는 것이 좋은 요리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충고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은 이재훈 셰프의 조언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설거지나 청소 같은 궂은일만 하면서 몇 년의 세월을 보낸 끝에 비로소 내 요리를 직접 만들 수 있었다”며 “연예인 뺨치는 스타성을 보유한 요리사들의 겉모습만 보고 이 길로 들어선다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따로따로 인터뷰를 했지만 두 요리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기본적인 마음 자세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저 요리를 사랑하기에 급여가 적어도 괜찮고 몸을 혹사하는 노동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훌륭한 요리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됐다면 셰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볼 차례다. 일반 식당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셰프가 되는 길은 꽤 다양하다. 전국 대학 내 설치된 조리 관련 학과에 진학해도 되고 직업 실무교육에 집중하는 요리전문학교나 사설학원을 통할 수도 있다. 학비와 의사소통 문제를 극복한다면 해외 유명 요리학교로 유학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의 교육정보 제공 사이트인 교육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전국 대학·전문대에 설치된 조리학 관련 학과는 223곳에 달한다. 경기가 51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 25곳, 부산 19곳, 서울·전남 각 18곳 등이다. 숙명여대는 프랑스에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와 협약을 맺고 2007년부터 ‘르 꼬르동 블루 외식경영전공(정원 34명)’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4년제 일반대, 2년·3년제 전문대, 주간·야간, 산업체 위탁교육 등 조건별로 다양한 학과가 운영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요리전문학교는 대학이 아니지만 전문학사 취득이 가능하며 취업을 전제로 운영하는 만큼 오히려 실무능력을 배우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설요리학원을 통해서도 국비교육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외식경영 등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 대학 조리 관련 학과와 비교해 요리전문학교나 요리학원은 ‘요리’ 자체에 집중한 시설과 교육과정을 내세우고 있다. 셰프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해외 유학도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와 일본의 쓰지요리학교, 미국의 CIA는 ‘세계 3대 요리전문학교’로 명성이 높다.
본격적으로 셰프의 길을 밟겠다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한식·양식·중식·일식 조리기능사, 조리산업기사, 복어조리기능사, 제과기능사,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요리 관련 협회에서 주관하는 민간 자격증도 있다.
그렇다면 양식과 한식·일식·중식 가운데 요즘 젊은 셰프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는 무엇일까. 십수 년 전만 해도 양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짙었는데 최근 들어 한식에 관심을 갖는 요리사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박 셰프는 “한식을 기본 콘셉트로 한 TV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하면서 한식을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윤석·진동영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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