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와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7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감지됐던 동창리 주변의 이상기류보다 더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제재 강화 가능성’과 ‘대화 재개 촉구’라는 양면 메시지를 북한에 던졌다. 반면 북한은 동창리 변화를 그대로 노출하면서도 별도의 대외 메시지는 여전히 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 전 협상력 극대화를 위해 상호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양측이 수위 조절에 실패할 경우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대화판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38노스와 CSIS의 분석에 따르면 동창리 재건을 위한 공사는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수직 엔진 시험대에 덮개가 추가됐고 상부 구조물도 복구됐다. 로켓 엔진 시험 준비 징후로 볼 수 있는 환경보호시설도 새로 확인됐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이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목표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우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일에 이어 또다시 “실망스럽다”는 표현을 썼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의원은 “북한은 계속 불법적 프로그램과 핵·미사일 기반시설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의 무력시위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신중하게 살펴볼 것”이라면서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명백히 다시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도 동창리 관련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우리는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여전히 끈을 잡고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국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역시 현재 미국을 향해 압박성 시위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호령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동창리에 대해 미국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북한 입장에서 협상 카드의 가격을 높이려는 조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례를 볼 때 동창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은 적다”며 “다만 하노이에서 미국이 북한에 던진 메시지는 ‘우리는 급할 게 없다’였고, 북한도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맞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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