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3월 9일 뉴욕의 장난감 박람회에서 첫 등장을 알렸던 바비 인형이 9일로 탄생 60주년 ‘환갑’을 맞았다. 바비 인형은 지난 60년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전 세계 소녀들의 친구가 되어왔다.
미국 완구업체 마텔의 공동 창업자이자 엄마였던 루스 핸들러는 어린 딸이 아기 인형이나 종이 인형뿐 아니라 다양한 인형을 갖고 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딸의 이름을 딴 인형인 ‘바비’를 만들었다.
루스 핸들러는 “소녀는 그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여성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바비가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You can be anything)/”는 60년을 이어온 바비 인형에 담긴 고유의 철학이다.
바비 인형은 처음엔 금발에 푸른색 눈을 가진 백인 여성이 흰색과 검은색 줄무늬의 수영복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비 인형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왔다.
마텔은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딛기 4년 전인 1965년 우주비행사 바비를 선보였다. 1973년에는 외과 의사 바비가 등장했고, 1992년에는 바비 인형이 처음 여성 대통령 후보의 모습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카레이서, 래퍼, 방송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바비 인형들이 전 세계 소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비디오게임 개발자 바비와 로봇 엔지니어 바비가 등장하는 등 지난 60년간 200여 종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바비들이 태어났다.
그러나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긴 다리를 가진 모델급 외형의 바비 인형이 어린 소녀들에게 여성의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6년 마텔은 기존 바비 인형보다 키도 작고 외형도 조금 통통하며 피부색도 다양한 ‘패셔니스타’ 바비를 출시하는데 이르렀다. 올해 초에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바비와 의족을 착용한 바비 등 장애를 가진 바비 인형들이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마텔은 바비 인형의 환갑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선보인다. 우선 소녀들의 롤모델이 될만한 유명 여성 20명을 본뜬 인형들을 출시했다. 이란계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의 무슬림 여배우 야라 샤히디와 뉴질랜드 마오리족 출신의 스포츠기자 멜로디 로빈슨, 여자프로테니스(WTA) 단식 세계랭킹 1위인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 등이 포함됐다.
이번 주말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바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든다. 또 맨해튼 시내에서는 세대를 초월한 바비 인형의 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미 전역의 월마트 30개 매장에서는 바비 생일 이벤트를 진행한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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