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세월호 비극이 벌어졌던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을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크 투어리즘은 비극적인 역사 현장이나 재난·재해 현장을 둘러보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여행으로 미국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독일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참사의 상징인 팽목항에 기억공간을 조성하면 미국, 독일 못지않은 다크 투어리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팽목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팽목 416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집담회’를 열고 팽목항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봉문 요한 보스코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부와 김희송 전남대 교수, 고재성 진도 세월호대책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크 투어리즘은 결코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다”며 “참사에 대해 올바르게 마주 보고,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고,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외 무수한 비극적 역사 현장에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비극’과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넘어 인간이 추구하는 인류애와 평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장이 되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미국 뉴욕 쌍둥이 빌딩 사이에 있는 9·11 추모박물관을 두고 “기록의 현장을 보존한 모범적인 사례”라며 “연간 31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등 뉴욕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2004년 12월 발생한 쓰나미 대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사례도 이날 공유됐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추모 기념관을 세워 곳곳에 남겨진 재난의 흔적들을 기록해 둠으로써 하루에 200~250명 정도가 찾아와 추모한다”며 “반면 스리랑카는 아무런 공간 없이 참사를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팽목항은 참사 이후 전국에서 수백만 명이 찾아와 추모와 재발 방지를 다짐했던 공간”이라며 “안전한 사회를 향한 염원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대표적인 장소”라고 역설했다.
또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비추는 등대로 삼아야 한다”며 “팽목항에 팽목4·16기록관과 4·16공원, 희생자기림비, 표지석 설치 등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 진도군은 오는 2020년까지 진도항 배후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팽목항에도 지상 2층규모(1100㎡)의 여객선 터미널 설계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 철거와 추모비, 기록관 등 설치를 놓고 유가족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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