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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비상대책 수립에 여성 10% 참여하면 상시비축물 25.7% 더 구축"

16일 부산대서 오사와 마리 동경대 부총장 강연

동일본 대지진 통해 들여다보는 ‘더 나은 미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진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아비규환인 재난 현장의 비상대책 수립에 여성이 10%만 참여해도 알레르기대응식, 어린이 및 성인용 기저귀 등 상시비축물이 최대 25.7% 더 훌륭하게 마련된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부산대학교 여성연구소는 16일 오후 3시 교내 사회관 208호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젠더 연구자이자 사회정책 전문가인 동경대학교 오사와 마리(부총장·사진) 교수를 초청해 ‘재난과 젠더: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사회의 경험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한다. 오사와 마리 교수는 노동, 사회정책, 개발과 젠더 분야 등을 중심으로 왕성한 연구 활동을 전개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젠더 연구자이자 사회정책 전문가이다. 1981년부터 동경대 사회과학연구소에 재직한 이후 2015년부터 3년간 최초의 여성 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동경대 사회과학연구소는 전임 교수만 40여 명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사회과학연구소로 유명하다.

오사와 교수는 일본에서 1999년부터 시행한 우리의 여성발전기본법에 해당하는 ‘남녀공동참획(參劃)사회기본법’의 제정을 주도하고 시행과정을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후생노동성 산하 연금부회 위원으로서 2004년 연금개혁을 이끄는 등 현대 일본사회를 더불어 살아가는 평등한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천을 전개해 왔다.

특히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8년에 걸쳐 이 같은 재난 현장에서의 젠더 역할을 조명하는 ‘재난과 젠더’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 부산대 강연회에서는 8년에 걸친 연구를 압축해 소개할 예정이다.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오사와 교수가 ‘재난과 젠더’를 주제로 연구에 열중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피난소에서 여성들이 고령자와 어린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극심한 고통을 겪는 모습이 계기였다. 이 같은 현상은 재난 상황 속에서도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돌보는 역할은 대부분 여성이 담당함에도 지금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위치에 여성은 거의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오사와 교수는 분석했다. 실제 동일본대지진부흥구상회의가 설치됐을 때 위원 15명 중 여성은 단지 1명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강연에서 오사와 교수는 지난해 2월에 실시한 ‘여성 및 지역주민이 본 방재, 재해 리스크 소감책에 관한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방재분야에서의 의사결정에서 남녀 공동 참획이 지니는 의미를 다룰 예정이다. 지역의 방재계획에 남녀공동참획국이 참가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시정촌의 방재위원회의 여성비율이 0%인 경우와 10%인 경우 재난 상황에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준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관한 조사결과도 공개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이화장실 준비, 생리용품,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장치, 조제분유, 알레르기대응식, 다양한 사이즈의 성인용 기저귀 등 10여 개의 상시비축물 항목에서 여성위원이 10%대인 지역과 여성위원이 없는 지역의 차이가 최대 25.7%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 개최된 제3회 방재세계회의에서 책정된 센다이방재대책이 방재의 주류화와 더불어 여성의 리더십을 중시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방재분야에서의 남녀공동참획이 진전된 시정촌은 그렇지 않은 시정촌에 비해 자원봉사자를 받아들이는 체제도, 자동차 안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재해주민에 대한 대응책도 잘 정비돼 있는 편이다. 실제로 2016년에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 지진 시 사망한 250여 명 중 200명은 지진 그 자체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지진과 관련된 사망자였으며, 그 중 30%는 자동차 안에서 생활하다가 사망했다.

이번 강연은 부산대 여성연구소가 사회학과 효원교육혁신칼리지사업단 및 사회복지학과 BK21플러스사업단과 함께 마련했다. 청강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김영 부산대 여성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도 2016년 경주 및 울산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 등에서 체감했듯이 더 이상 지진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며 “지진뿐만 아니라 매년 다양한 자연재해로 인해 주민들이 집을 떠나 대피소 생활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오사와 교수의 이번 강연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과 담론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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