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칭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12일 “문 대통령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한 부대변인은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며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나라를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마십시오”라며 “자유한국당과 나 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에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정국이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추진에 공조한 여야 4당과 한국당의 대립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나온 충돌이어서 어렵게 문을 연 3월 임시국회는 시작하자마자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연설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나 원내대표를 규탄하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회부 등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 연설 중 민주당이 고성을 지르고 퇴장을 한 것 등에 사과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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