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주류 경제학은 18세기 서양의 산업혁명기에 나와 당시 경험에 바탕을 둔 이론으로 고도의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시대에 적용하기에 부적합한 것이 많아요. 정부가 주류 경제학을 바탕으로 정책을 개발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위기의 경제학? 공동체 경제학!(동아엠앤비 펴냄)’을 낸 최배근(사진)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났다. 미국 조지아대에서 경제사에 바탕을 둔 거시경제를 전공한 주류 경제학자인 그가 배우고 가르치는 이론을 비판하는 것은 산업시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양의 ‘엘리트 집단’이 만든 경제학 이론으로는 디지털 기반인 현재 글로벌 경제환경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책은 주류 경제학이 정보화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지적하고, 대안으로 협업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경제학을 제시하는 내용을 진지하게 펼쳐나간다.
최 교수는 “기업의 시장가치가 고용의 규모와 비례한다는 논리는 지난 2000년 이후 선진국 경제에서 통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기업을 지원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워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의 정확한 진단 없이 환자가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듯이 정부가 경제환경을 진단하고 이를 근거로 정책을 개발하지 못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단언하면서 “1990년대 이후 탈공업화가 진행됐지만 정부는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주류 경제학 이론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에 대한 주제는 자연스럽게 실업률로 이어졌다. 그는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2~3배 이상 높은 이유에 대해 “교육 방식과 산업구조 변화 간의 미스매치가 가장 큰 원인인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20여년간 습득하는 지식의 양이 생산성에 기여할 수 없는 산업구조로 바뀌었지만 교육체계는 산업화 시대의 주입식 교육을 답습하고 있다”면서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한 인간이 평생 배운 지식을 인공지능(AI) 컴퓨터가 수초 만에 습득해버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말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다. 최 교수는 ‘격변하는 시대에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을까’를 화두로 삼고 교육 실험을 하고 있다. 2000년 경기 하남시에 방과 후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를 설립하고 4년간 교장을 맡았으며 건국대 교수 16명과 의기투합해 실험대학인 ‘대학 속 대학’을 운영하기도 했다. 7년간 운영한 대학 속 대학은 사회과학·인문학·공학·자연과학·의학 등 전공이 다른 16명의 교수가 의기투합해 토론 형식의 이색강의를 시도했다. 그는 “박사과정에서 배운 지식도 3~4년이면 바닥이 난다”면서 “서양의 학문이 너무 세분화되었기에 각자의 전공영역에 갇히면 상호 연결된 전체를 보지 못할 수밖에 없다”면서 실험대학을 시도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 가지 이슈를 여러 전공분야 교수들이 연구하고 토론하니, 같은 전공 교수들이 운영하는 학회보다 소통이 더 잘 되고 연구할 아이디어도 쏟아졌다”면서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은 지금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엄지를 척 올리기도 한다”며 미소를 띠었다.
“교육혁신이 기업에도 절실하다”는 최 교수는 “신사업에 뛰어들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자신의 업무에 흥미를 갖고 협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다. 기술이 빠르게 바뀌고 특성이 복잡해지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일에 대한 관심과 흥미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며 천천히 바꿔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는 “정부가 행정 및 재정 유인책을 제대로 결합해 혁신적 변화를 시도한다면 한 정권의 임기 내에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해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공교육 체계를 바꾼다면 어느 때보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우리 아이들은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의 미래도 밝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신성한 일”이라면서 “기계는 고장 나면 버릴 수 있지만 사람은 폐기 처분할 수 없다. 모두가 각자의 색깔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체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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