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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북미 둘다 자국 이익 기초해 협상…양측 모두 결렬 책임"

관훈클럽 초청 강연서 견해 밝혀

"북미 입장 요구 다 점검한 후 만나야"

"하노이 노딜은 북미 쌍방 책임"

"대화 문은 열려 있어…서로 자제해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1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에 준 게 하나도 없고 미국 이익에 기초해서 협상했다고 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도 얘기를 한다면 북한 이익에 기초해서 협상했다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노이 회담 합의 무산의) 귀책 사유는 양측 모두에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지난 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 2차 정상회담 합의 무산에 북한과 미국,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 가서 ‘점진적·병행적 접근을 통한 타결’이라는 메시지를 줬으나 갑자기 하노이 현장에서 ‘빅딜’로 나왔다는 점에서 “협상의 흐름에 있어 판을 깬 것은 미국이 아닌가 생각되고, 그런 점에서 미국의 귀책 사유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방의 책임이 있는 만큼 ‘귀책 사유’란 표현은 철회한다”면서 양측 모두 결렬 책임이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문 특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욕과 김정은 위원장의 과신 모두 회담 결렬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 단번에 ‘빅딜’로 해결하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과욕과 영변 하나 만으로 제재 완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과시한 김 위원장의 오판이 ‘노딜’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또 문 특보는 핵 담판의 핵심 의제인 제재 완화를 북한은 ‘정치적 요인’으로 접근한 반면 미국은 ‘경제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면서 양측의 입장 차를 지적했다. 아울러 하노이 정상회담 도중 불거진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마지막 순간(Last minute) 변수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 특보는 “‘노딜’일 뿐 딜이 완전히 깨진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제일 중요한 건 서로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비핵화로 가는 길은 상당히 어렵고 고통스러운 오디세이 같은 건데 그 과정에서의 좌절일 뿐”이라며 “하노이 결렬이 세상의 끝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극단적으로 가는 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1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울러 최근 북한의 동창리, 산음동 등 주요 군사 시설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이 그것을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며 “사소한 악수가 상황을 상당히 재앙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문 특보는 “미국에서 대화 재개를 계속 이야기 하고, 3차 회담을 열어놓은 상태”라며 “양측이 상당히 조심하며 물밑 접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적 제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기본적으로 하노이 합의 무산의 원인을 자세히 분석하고, 미국과 북한의 요구 사항을 점검한 후에 우리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야 할 거 라 생각한다”며 “너무 서두르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딜레이 되면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 모멘텀을 잃으면 2017년보다 더 심한 상황이 될 수 도 있으니, 대화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비건 대북특별대표, 볼턴 보좌관 등이 계속 대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는 것 같다”며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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