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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차등의결권이 성장성 촉진하는 해외사례 안보이나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일반 기업에 비해 성장성과 수익성 면에서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글로벌 100대 기업(금융사 제외) 가운데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10개사와 그렇지 않은 68개사의 10년간 경영실적을 비교했더니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서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은 매출이 44.1% 늘어나고 설비투자도 46.4% 증가한 반면 일반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0%대에 머물렀다고 한다.

눈여겨볼 것은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R&D) 투자가 최근 10년 새 358.4%나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차등의결권이 없는 기업의 R&D 투자가 92.5%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확연하게 대조된다. 차등의결권제도가 경영권 안정을 통해 성장동력 확보와 중장기 투자로 연결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문사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이구동성으로 고율 배당을 자제하고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부작용으로 거론하는 주주이익 침해와 관련해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이 더 많은 배당수익을 안겨줬고 주주이익 증가율도 훨씬 높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2 벤처 붐을 조성하겠다며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장사를 제외하는 등 갖가지 부대조건이 따라붙는데다 실행력마저 담보되지 않아 희망고문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여권 일각의 반대를 의식해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한 채 검토로만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투자와 혁신을 독려하면서 원활한 자금조달 차원에서 경영권 걱정이나마 덜어달라는 호소를 외면하는 처사는 온당치 않다. 선진국 가운데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정부가 조속한 결단을 내려 우리 기업들이 구글처럼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 마음껏 춤추는 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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