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당선자 명단이 12일 발표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김 위원장이 당선자 명단에서 빠졌다는 데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첫 선거인 2014년 3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 ‘111호 백두산선거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선거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의 당선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대남·대미 협상을 주도해온 외교적 실세 라인들이 대거 당선자 명단에 포함된 것도 주목해 볼 부분이다. 비핵화 협상을 전담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협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중앙선거위원회가 이날 제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선자 68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金, 권력구조 재편 추진하나=김 위원장이 당선자 명단에서 빠진 것은 북한의 권력구조 재편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5년마다 열리는 대의원 선거는 인적쇄신 등 북한 권력구조에 변화가 이뤄지는 큰 행사인 만큼 최고 지도자의 투표 장소를 보면 김 위원장의 정책 역점이 어디에 있는지 예상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직전 13기 대의원 선거 때는 북한군 고급 정치장교 양성기관인 김일성 정치대학에서 투표를 진행한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북한 최고 이공계 종합대학인 김책공대에서 투표를 진행하며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당선자 명단에서 빠진 것은 과학발전과 경제건설을 강조하기 위한 인적쇄신에 앞장서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의 정책 목표가 경제발전에 있는 만큼 이번 선거에서 군부 출신 세력을 노동자 계급이나 작업소 인사들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생길 불만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권력을 내려놓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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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펠로(자문단)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권력구조 재편을 생각할 수도 있다. 주석제로의 회귀 등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데 있어 나름 삼권분립 등 민주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구상일 수 있다”며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뺀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핵화 협상 주역 김여정, 리용호 첫 진입= 비핵화 협상을 주도했던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중국통인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 등 외교라인 실세들이 대의원에 처음 진입한 것도 눈에 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동생으로 그를 측근에서 보좌한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일성 주석의 고향인 만경대구역의 선거구 중 하나인 갈림길선거구에서 당선돼 정통성을 확보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대의원에 당선되면서 노동당뿐 아니라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권력을 잡으며 북한 최고실세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앞서 그는 2017년 10월 열린 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라 선전 선동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다.
김 여정과 함께 비핵화 협상을 막후에서 조율한 리 외무상 등 외교라인도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대미협상의 새판짜기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북관계와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당 대 당 외교를 맡고 있는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도 제13기에 이어 제14기에도 대의원 자리에 올랐다. 이밖에도 김성남 제1부부장과, 리길성 외무성 부상,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국통일연구원장, 강지영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등 외교라인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만 ‘퍼스트레이디’ 활동을 하며 김 위원장을 내조했던 리설주 여사는 대의원 명단에서 빠졌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의원은 북한 권력의 상징성이 있는데 우리로 치면 국회의원인데 그동안 사실 실질적으로 역할을 했는데 안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사실적으로 현실화 시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실제 역할도 하고 중요한 비중있는 사람인데 사실 대의원에 돼야 될 사람이 여러가지 시기적 이유로 안 들어간 걸 이번에 제대로 현실화 한 걸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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