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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판에 실망... 친정도 외면하는 임종헌

불필요한 미사여구·비유 표현에

"과도한 감정 호소·언론 의식"

법원 내부서 비판·자성 목소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법 농단’ 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첫 재판에서 쏟아낸 언행에 대해 친정인 법원 내부에서 ‘과도한 감정호소와 언론의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재판을 잘 알고 있는 판사 출신이라며 자중하고 진중하게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자성론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의 재판을 전해 들은 현직 판사들 사이에서 재판 참여 자세에 대한 비판론이 쏟아지고 있다. 판사로 오래 일한 임 전 차장이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표명은 외면한 채 심리에 불필요한 미사여구나 비유 표현을 사용하면서 재판의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10년 차 중앙지법 판사는 “법정에서 쟁점에 대한 논점을 흐리는 감정호소나 비유적 표현이 섞인 변론은 지양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판사 출신인 임 전 차장이 왜 그러한 변론 전략을 택했는지 의문”이라고 의아해했다. 또 다른 중앙지법 판사는 “재판에서는 법리를 다투는 것이지 상담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적 관심사인 재판에서 사법부 고위직이 보여줘야 할 재판 태도가 아니라는 자성론도 나온다. 고법의 한 판사는 “주로 변호사들이 여론전을 위해 방청석 쪽을 쳐다보며 각종 수식어와 감성적인 표현을 사용해 일장연설에 가까운 변론을 하고는 한다”며 “사법부 고위직 출신인 피고인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승패에 연연하는 변호사들이 의뢰인을 위해 택하는 꼼수 전략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측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검찰 측은 재판 말미에 임 차장을 향해 “재판 진행을 위해 기일에 맞춰 증거조서를 상당히 준비해왔는데 이제 와서 인부(인정·불인정)의견은 전혀 없이 엉뚱한 부분만 치중하는 것은 사법부 고위직 출신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이 같은 태도의 이면은 재판 지연과 언론을 의식한 자극적인 언사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미세먼지로 형성된 신기루 같은 허상’이라고 검찰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 외설적인 포르노를 연상하게 만드는 그림을 언급하며 검찰의 자의적인 해석을 재판부가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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