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승리가 14일 성매매 알선 혐의로 피의자 조사차 경찰에 출석한 가운데 승리의 해외 팬들의 삐뚤어진 팬심이 버닝썬 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향해 논란을 빚고 있다.
승리의 해외 팬들은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가 발생하기 전부터 승리를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추행 의혹이난 김**씨를 수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독려 글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청원에서 지칭하는 수사 대상자는 버닝썬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김상교 씨로 추정된다.
승리의 해외 팬들이 공유하고 있는 트위터 글에는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해외 팬들을 위한 청와대 청원 동의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청원 글을 살펴보면 ‘지금 버닝썬 문제로 날리게 나고 잇는데요 성추행으로 의혹이 잇고요 수사를 요청햇는데 자기가 부인을하고 수사를 거절햇다고 합니다’ 등으로 맞춤법도 정확하지 않은 비문이 많다. 때문에 청원 글 자체도 해외 팬이 직접 작성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달 1일 작성된 청원 글은 14일 현재 기준 3만 8,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글 작성 후 30일 내 2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로부터 공식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변이 없는 한 20만 명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해외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범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국내 정치 시스템에까지 개입하려 했다는 측면에서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국내 정치사회적 이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민청원 등이 국적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12일부터 트위터에는 #SeungriYouAreNotAlone, #VIPSupportSeungri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승리를 응원하는 게시글이 각국의 언어로 업로드 됐다.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 일본어, 태국어 등의 게시물에는 ‘승리를 기다리겠다’, ‘승리를 지지한다’, ‘잠시 쉬다가 돌아와 달라’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직접 작성한 캘리그라피 등의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빅뱅이 지난해 발매한 곡 ‘꽃 길’의 가사를 인용해 응원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 곡은 ‘부디 또 만나요. 꽃이 피면 돌아와줘요.’ 등의 가사로 승리의 해외팬들이 현재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승리의 ‘꽃 길’을 응원하는 데 역설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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