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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세먼지 줄이기 위한 경유세 인상 - 반대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경유車 절반이 '생계형'…서민 잡을 판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로 지목받는 노후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경유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이 맞서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미세먼지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경유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6일 올해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경유세 인상 여부에 대해 ‘미세먼지와 관련 검토대상’이라고 말했다. 경유 차량이 도로이동 오염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확실한데 경유 가격이 휘발유의 85%로 맞춰져 있는 만큼 연료비 차이를 없애 경유차 운행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형화물차의 경유 트럭 비중이 93%를 넘는 등 경유 값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의 타격이 우려돼 경유세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상 찬성 측은 배출원의 오염물질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것이 미세먼지 감축의 최선이며 이를 위해 경유 값을 휘발유 가격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무작정 운행을 줄이면 서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만큼 경유세 인상보다 매연저감장치(DPF) 장착 지원 확대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정부가 또 경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유차·중국발·석탄화력’에만 매달리는 환경부의 어설픈 단골 메뉴인 경유세 인상안을 이번에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들고 나왔다. 그런데 경유세 인상으로는 미세먼지를 잡을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뚜렷한 반론도 내놓지 못한 선무당의 어설픈 객기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을 잡을 것이다. 정작 재개특위가 서둘러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국가 재정을 왜곡시키고 서민 경제를 짓누르는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를 하향 개편해야 한다.

경유세 인상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어차피 오는 5월 초부터 경유세가 ℓ당 100원 정도 올라간다. 유류세의 한시적 할인 혜택이 끝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겨우내 이어진 국제적 저유가 상황도 막을 내리고 있다. 경유의 공장도 가격이 이미 3주째 올라가고 있다. 경유세를 인상하면 소비자는 할인 혜택 종료와 국제 유가 상승을 포함해 ‘3중 폭탄’을 맞게 된다는 뜻이다.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에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다. 이런 정도의 판단도 하지 못하는 재개특위에 대통령은 어떤 재정개혁을 기대하는지 궁금하다.

경유차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등록차량 2,320만대 중 993만대(42.8%)가 경유차다. 그런데 경유세를 인상해도 경유 소비는 줄지 않는다. 지난 2016년부터 국토교통부와 함께 경유세 인상 가능성을 심각하게 검토해왔던 기재부의 결론이다. 심지어 경유세를 현재의 2배로 인상하더라도 경유 소비는 고작 2.58% 줄어들 뿐이라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경유차의 45.5%인 452만대가 운행시간과 주행거리가 길고 정비 상태도 좋지 않은 화물차·승합차(버스)·특수차량이다.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 먼지의 대부분이 바로 그런 차량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무작정 운행을 줄일 수도 없다. 억지로 운행을 줄이면 당장 경제가 죽고 국민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적 대안도 없다. 무작정 경유세를 인상하기보다 매연저감장치(DPF) 장착을 도와주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물론 경유세를 올리면 울며 겨자 먹기로 운행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노후 경유 트럭·승합차로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생존을 위해 한 푼이라도 기름값을 아껴야만 하는 서민들이 그렇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가장 심각하게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더욱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자칫하면 경유세 인상을 위해 새로운 복지제도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대형 화물차와 농어민을 위한 각종 환급금·보조금·면세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경유세를 올리면 ‘가짜’ 경유도 늘어난다. 2013년에 시중에 유통되는 경유 중 15%가 가짜였다. 지금은 사정이 더욱 나빠졌을 것이다. 실제로 수백만ℓ의 가짜 경유를 공급하는 업자들이 심심치 않게 적발되고 있다. 알뜰주유소와 같은 무폴주유소가 늘어난 탓이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짜 경유 판매로 적발된 주유소가 169개소, 석유판매소가 302개소였다. 유류세를 노리는 가짜 경유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렇다고 현재의 유류세가 합리적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가 석유 시장을 극도로 왜곡시키고 전기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경유의 공장도 가격은 휘발유보다 ℓ당 무려 105원이나 비싸다. 국제시장가격도 마찬가지다. ℓ당 에너지 함량이 높은 경유의 수요가 휘발유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유소의 소비자 가격은 정반대다. 경유가 오히려 ℓ당 100원이나 더 싸다. 정부가 휘발유에 ℓ당 193원이나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경유는 산업용이고 휘발유는 사치품이었던 시절의 낡은 관행을 바로잡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황당한 일이다. 선진국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구시대의 정책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과도하고 불합리한 유류세의 합리적 개편이 절박하다. 경유세 인상이 아니라 휘발유세 인하가 훨씬 더 시급하다는 뜻이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경유의 보조금·환급금·면세제도도 확실하게 손질해야 한다. 종량제인 유류세를 시시각각 달라지는 소비자 가격을 근거로 결정하겠다는 논의도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 가격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결정할 문제다. 유류세의 탄력세율을 기름값에 연동시키는 제도도 필요하다. 재개특위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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