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원래부터 유명 관광지였던 것은 아니다. 일본 천황의 거주지가 인접해 있어 이른바 ‘백척(약 30m) 규제’의 영향으로 건축 허가가 까다로워 10층 이상 빌딩을 짓기도 쉽지 않았다. 옛 마루노우치 빌딩만 해도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도심 공동화 현상까지 겹쳐 입주사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임대료를 낮춰주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지난 2001년 탄생한 고이즈미 정부였다. 일본 정부는 도쿄 도심을 살리기 위해 고도 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과감히 높여주는 등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용적률이 1,300%로 늘어났고 일부 건물은 1,700∼1,800%의 용적률을 적용받게 되면서 대대적인 건축붐이 일었다. 미쓰비시는 2002년 마루노우치 빌딩을 재개발한 데 이어 도쿄도와 함께 주변 지역에 대한 대규모 개조작업에 나섰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집권하자마자 내각부에 ‘도시재생본부’를 설치하고 직접 본부장까지 맡았다.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만든 데 이어 수도권 과밀화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수도권정비법 및 근기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등 규제 완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며 도쿄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어냈다.
롯폰기힐스에서 300m가량 떨어진 옛 방위청 용지에 들어선 도쿄 미드타운도 3,700억엔의 개발비가 투입된 복합문화단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복합상업시설인 히비야가 들어서 하루 방문객이 1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새로 조성된 건물의 연면적이 도쿄 디즈니랜드의 네 배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1989년만 해도 50개에 불과했던 높이 1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지난해 약 500개로 늘어났다. 도쿄의 순유입 인구가 줄곧 10만명을 웃도는 것도 이런 도심 경쟁력 강화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도심 재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우고 민간기업을 과감히 끌어들임으로써 공공성과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수익성까지 갖춘 복합기능도시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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