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출신의 차세대 거장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끄는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이 오는 16~18일 서울에서 창단 100주년을 기념하는 페스티벌을 연다.
두다멜은 15일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에는 마법이 있고, 우리가 가진 모든 것 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며 “음악이라는 선물과 마법 같은 순간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빈민가 출신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저소득층 예술 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가 낳은 최고 스타다. 그는 2004년 독일에서 열린 말러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무대에 등장했으며 2009년 미국 유명 오케스트라인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발탁됐다.
두다멜은 한국에서 공연하는 소감에 대해 “서울은 내게 특별한 곳”이라며 “한국 관객들은 따뜻하고 음악을 사랑하며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연주자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청소년들로 구성된 유스 오케스트라와 작업할 때 더욱 특별한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LA 필하모닉에 취임한 후 펼친 대표적 사회 공헌 프로젝트는 ‘엘 시스테마’의 영향을 받은 ‘LA 유스 오케스트라’(YOLA)다.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음악 수업과 장학금 등을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현재 수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두다멜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책임감과 사랑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면 특정한 형용사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을 느낀다”며 “내가 고향 마을에서 꿈을 꾸던 시절을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두다멜은 체력 관리 비법과 열정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내가 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비법이라는 비법”이라며 “바쁜 스케줄 중에서도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숙고하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말러 교향곡 1번과 존 애덤스의 신작(협연 유자 왕) 등을 연주하는 콘서트(16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영화음악 거장 존 윌리엄스 작품으로 꾸미는 콘서트(17일·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실내악 콘서트(18일·롯데콘서트홀)로 이어진다. 특히 두다멜의 장기 중 하나로 꼽히는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는 16일 공연에 관심이 쏠린다. 그가 ‘엘 시스테마’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에게서 처음 지휘를 배운 작품도, LA필하모닉 취임 연주회에서 연주한 곡도 이 작품이다. 그는 “10대 때부터 이 곡을 100회 이상 지휘했다”며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발견한 어린 시절을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두다멜은 최근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조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질문에는 “음악은 사람을 치유하고 사회를 통합시킬 수 있다”며 “조국이 겪는 끔찍한 시기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오면 음악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악가로서 뿔뿔이 흩어지려는 사람들을 결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불안과 분노를 치유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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