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하는 회사는 점심 먹는 시간도 급료를 주는 근로시간에 포함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일하는 것도 먹고살려는 데 목적이 있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회사가 정하는 게 아니라 현행법이 그렇다. 특히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점심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쓰는 점심시간의 근거는 근로기준법에 있다. 근로기준법 제54조 1항을 보면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일 때 30분 이상, 8시간일 때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이 휴게 시간 1시간을 점심시간으로 활용한다. 이 휴게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서 휴게 시간은 노동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는 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휴게 시간에 식사를 하든 낮잠을 자든 휴식을 취하든 근로자 마음이다. 지난 2006년 대법원 판례는 일하지 않은 대기·휴게 시간이라 해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도 2017년 특별한 업무가 없어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했다고 해도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않았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자연스럽게 이 시간은 무급이다. 이렇다 보니 노사 단체협상 테이블에서 점심시간이 확보되지 못하는 상황을 가지고 ‘공짜 노동’을 시킨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럼 사내 회식이나 저녁·주말 골프 등 접대 시간은 점심시간과 무엇이 다를까. 거래처 관계자와 저녁을 먹거나 골프를 치러 가는 것 같은 상황은 근로시간으로 간주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업무 수행과 관련이 있는 제3자를 소정근로시간 외에 접대할 때는 사용자가 이에 대해 지시 또는 적어도 승인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자발적 참여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판례가 있다.
회식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회식의 목적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 및 친목 등이 대부분인 탓이다. 직장 상사 같은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하는 언행을 했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해외에서도 점심시간을 대부분 근로시간이 아닌 휴게 시간으로 보고는 한다. 점심시간은 거의 무급이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의 공정근로기준법에 점심시간 규정이 따로 없으나 대부분의 주에서 5시간 이상 근무한 이에게 점심시간을 최소 30분가량 제공할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35시간이며 법으로 정해진 점심시간은 45분이다. 독일은 사업장별 단체협약에 따라 다르지만 근로시간이 6시간을 넘는 경우 최소 30분의 휴게 시간을 주도록 근로시간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영국도 하루 6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최소 20분 이상의 점심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점심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우리나라처럼 직장 내 같은 부서원들끼리 모여 회식처럼 밥을 먹지는 않는다. 대신 최근 직장인들이 바쁜 일상에 대충 점심을 때우는 현상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해 근로자 4명 중 3명 이상이 일을 하며 점심을 먹는다고 답한 설문조사를 보도한 바 있고 미국 USA투데이도 설문조사 결과 미국 근로자 65%가 책상에 앉아 점심을 먹거나 아예 점심을 거른다고 전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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