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은 우리나라에서 자궁경부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부인과 암이다. 하지만 꽤 진행되기 전까지는 소화가 안 되고 배가 더부룩하거나 배변 습관이 변하는 등 증상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상이 발생한 뒤 산부인과를 방문하기보다 매년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부인과 검진을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난소암·유방암 등 가족력이 있다면 난소암 발생 확률이 3배 높고 더 젊은 연령대에 발생하기 때문에 유전성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난소암의 원인은 유전자 변이, 가족력, 총 배란기간이다. 우리나라 난소암 환자의 15~20%는 태어날 때부터 BRCA 유전자 등에 변이가 있다. 이런 여성은 변이가 없는 여성에 비해 난소암 발병 위험이 10배 이상 높다.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여성 10명 중 8명은 유방암, 6명은 난소암에 걸릴 수 있다.
BRCA 유전자는 몇 년 전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유방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난소암 환자의 BRCA 유전자 염기서열이 일반인과 다르게 변이된 경우 과거에는 난소암·유방암 등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딸도 함께 와서 유전자 검사를 받고 변이가 확인되면 정기 검사를 권했다. 그러나 요즘은 췌장·대장·방광암이나 남성 유방암 등 발병 위험도 높아 아들에게도 검사를 권한다.
일반 여성은 60대에 난소암에 많이 걸리지만 BRCA 유전자가 변이된 여성은 30~40대에 많이 걸린다. 그러므로 BRCA 유전자 변이 여성은 가급적 빨리 출산하고 예방적 난소절제술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피임약을 먹는 게 좋다
난소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에 이른다. 그러나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4명 중 3명은 늦게 발견한다. 이 경우 대장·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됐거나 병기 진행이 빨라 5년 생존율도 매우 낮다.
미혼이거나 출산 계획이 없다면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지만 발병 위험률이 높아진다. 난소암 발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매년 정기적인 부인과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또한 평소 채소와 생선 위주의 식단을 즐기고 자전거·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근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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