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코메르츠방크가 도이체방크와 합병 협상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다만 두 은행의 합병이 시너지가 적고 대형 ‘좀비은행’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최종 합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도이체방크는 17일(현지시간) “이사회가 기회 확대의 측면에서 (코메르츠와의 합병을 위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두 은행의 합병 논의 가능성이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당사자가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은행으로 남는 게 목표”라면서도 “최종 합병을 가로막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메르츠방크도 “결말은 아직 열려있다”고 선을 그었다.
합병 은행의 자산은 1조8,000억유로(약 2,309조원)로 HSBC와 BNP파리바에 이어 유럽 내 3위가 된다. 글로벌 직원만 14만명이다.
하지만 합병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독일을 흔들 수 있는 불안정한 좀비은행이 나올 수 있다. 왜 우리가 이런 리스크를 져야 하는가”라는 전직 의원 게르하르트 쉬크의 말을 보도했다. 두 은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몇 년 간 손실을 냈다. 비올라 리스크 어드바이저의 데이빗 핸들러 애널리스트는 “코메르츠뱅크의 소매와 중소기업 영업을 도이체와 합병하는 것은 제한적인 이득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요구도 있다. 기독사회당은 독일 정부가 갖고 있는 코메르츠방크 지분 15%를 합병 전에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병 시 직원 감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코메르츠방크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코메르츠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외국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외환은행에 3,500억원을 출자해 금융위기 극복에 힘이 됐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