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시각차가 분명히 드러난 가운데 청와대가 빅딜과 스몰딜을 잇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 촉진을 위한 남북 대화 재개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중 대북특사 파견과 함께 판문점 등에서 원포인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북한의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보여 단기간에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또는 한미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러나 오는 4월 초 북한 최고인민회의 등을 계기로 북한의 입장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후속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4~5월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그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남북 대화가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7일 “이번에는 남북 대화 차례가 아닌가 보이며 우리에게 넘겨진 바통의 활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미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미 모두 협상 회의론이 커진 상태라 우리의 중재 노력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어느 시점에서는 제재 완화를 분명히 논의할 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그러기 위해 조금 더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한국을 가리켜 ‘중재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라고 한 데 대해 “우리는 비핵화 과정에 있어서는 핵심 당사자이고 우리의 안보이익에 직결된 문제이니 적극적인 역할을 한 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앞으로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통해 올해 안에 계획된 ‘9·19군사합의’에 대한 실질적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남북 장성급 회담 또는 남북 군사실무회담을 조만간 개최할 계획임을 밝혔다. 국방부는 “지상·해상·공중에서 상호 적대행위 중지조치 시행에 따라 이를 정상적으로 시행하는지를 지속해서 점검하고 확인할 것”이라며 “군사공동위원회는 1992년 5월 합의서를 준용해 조율하고 있으며 차관(인민무력성 부상)급을 위원장으로 분기 1회 회담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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