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 62개사가 회원사로 가입된 한국주택협회가 미분양이 급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마케팅 경험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지방 미분양이 늘어나고 수도권 청약시장의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주택건설업계에 또 다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서울 강남구 언주로 건설회관에서 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2019년 주택시장 동향·전망 및 주택사업 법령·제도 설명회’를 진행했다. 한국주택협회는 상하반기에 각 1회씩 총 두 번의 설명회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이번 설명회에는 건설사와 신탁사 등 회원사 관계자 약 200명이 참석해 예전에 비해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롯데건설에서 근무했던 이상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산학 부회장이 연사로 나서 ‘금융위기 시 마케팅 분양 성공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2008년과 현재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고 운을 떼며 “2008년 분양 실적이 25만 가구, 2018년은 28만 가구, 아파트 거래량도 2008년 당시 58만 가구, 현재 56만 가구로 유사하다. 올해 분양 시장도 상당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날 들고 온 사례는 롯데건설이 금융위기 당시 분양한 부산 화명 롯데캐슬과 부산 개금 롯데캐슬 두 단지였다. 롯데건설은 부산 연산동의 모 단지가 30% 할인해도 분양이 안되던 시절 5,239가구에 달하는 화명 롯데캐슬과 개금 롯데캐슬 두 단지를 한 번에 분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세에 비해 비싼 분양가 등으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던 화명 롯데캐슬은 대대적인 티저 홍보와 스포츠 마케팅이 결합해 분양 완판을 이끌어냈다. 단지 수인 ‘5239’를 버스와 지하철, KTX 등에 광고물로 부착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방문객이 한 명도 없던 견본주택에 하루 평균 1만 5,000명이 찾아오는 성과를 냈다.
한국주택협회가 이 같은 주제의 강연을 기획한 것은 올해 주택건설업계의 분양 전망은 어둡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2015년 이후 4년 만에 6~7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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