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으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미국 언론으로부터 ‘가벼운 입’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북한이 사라졌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대화중단 고려’ 주장이 나온 지난 14일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SNS에는 수십여회의 트윗 글이 올라왔다. 대화중단이라는 북한의 초강수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슈임에도 SNS광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직접 관련된 일에 침묵을 지키면서 모든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북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현 상황에서 ‘침묵’이 최선의 방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대응 전략은 벼랑끝 전술로 상징되는 북한의 외교전술과도 연관이 깊다. 과거에도 북한은 자신보다 국력이 훨씬 큰 미국과의 협상에서 벼랑끝 외교전술로 성과를 거둬왔다.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외교에서 실익을 거두기 위해선 명분이 중요한데 북한은 대미협상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실제 지난 2017년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를 ‘불망나니’ ‘깡패’로 비난하면서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1B가 비무장지대(DMZ) 최북단까지 출격하는 등 북미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까지 치달았다. 양측의 극단적 대립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고 한반도에 짙게 드리운 전운을 걷어내는 과정을 통해 김 위원장은 비록 종전선언과 제재해제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렸고 핵 문제로 소원해진 중국,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비핵화 협상을 1년 동안 진행하며 군사적 긴장감이 이완된 현 상황을 유지하면 할 수록 미국이 유리하다는 계산도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계속 협상이 시작이 안 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 진행이 된다면 북한은 당장 경제적으로 힘든 고충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양측이 조금씩 이 분위기를 몰고 가고 싶어하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 더 큰 피해를 입는 건 북한 쪽”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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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국내·정치적 상황도 북한과의 극단적 대립을 피하게 만드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결의안과 관련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미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이 반기를 드는 등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취임 이후 줄곧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보고서가 곧 공개될 예정이다. 수사보고서에 2016년 미 대선 때 의혹을 입증하는 내용이 담길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전날 트위터를 통해 “뮬러 보고서 공개에 관한 하원 표결에 대해, 나는 공화당 의원 모두가 투명성에 찬성하라고 지도부에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그전까지는 ‘뮬러 보고서는 없어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각종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물로 홍보해 온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까지 파국을 맞게 되면 정치적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북한에 꽂혀서 비핵화 직전까지 가고 이렇게 힘들게 끌고 온 북미 협상이라는 프레임을 트럼프도 버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대선 분위기 때 북한과 뭔가 큰 딜을 맺어서 자기의 대선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역살라미 전술을 개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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