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시절 반정부 성향 매체를 탄압하는 데 악용됐던 것과 비슷한 2건의 법안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서명하며 ‘언론 탄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언론 탄압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짜 뉴스’ 금지법안과 국가상징물 등 모욕 콘텐츠 차단법안 등 2건의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앞서 상·하원 심의를 통과한 이 법안들에 푸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함으로써 법안은 공시를 거쳐 조만간 발효하게 됐다.
먼저 가짜 뉴스 금지 법안은 인터넷상에서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자산·사회질서·안전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허위 정보를 고의로 확산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라인 매체에서 이같은 정보가 발견되면 검찰은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인 ‘로스콤나드조르’에 해당 정보 차단을 요구하고, 감독청은 즉각 인터넷 매체에 해당 정보 삭제를 요구하도록 했다.
위반 시 개인은 최대 10만 루블(약 170만 원), 법인은 50만 루블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 이같은 허위 정보 유포로 사람이 숨지거나 자산 손실, 사회 질서 및 안정 훼손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 개인은 최대 40만 루블, 법인은 최대 150만 루블까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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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공기관 모욕 금지 법안은 사회·국가 상징, 정부 기관 등을 모욕하는 콘텐츠를 인터넷상에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도덕관념을 비속한 방식으로 모욕하거나, 사회·국가·국가 상징·헌법·공공기관 등을 노골적으로 멸시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제한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야권을 포함한 비판론자들은 이날 채택된 법률들의 내용이 모호해 남용 위험이 있다며, 당국이 반정부 성향 언론을 탄압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리 드지블라제 민주주의발전·인권센터 소장은 AFP통신에 “옛 소련 시절의 ‘소련 체제 훼손 활동 금지법’과 ‘반(反)소련 캠페인·선전 금지법’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또 반대론자들은 당국이 페이스북·구글 등을 비롯한 정부 비판적 사이트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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