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은 올 들어 정부 간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개발협력대화는 그 흐름 가운데 하나다. 양국은 이달 하순 첨단기술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협의하는 ‘이노베이션 협력대화’의 회합을 앞두고 있고 4월 중순에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 ‘하이레벨 경제대화’를 갖는다. 동중국해 갈등 등 해묵은 악재가 여전한데도 경제를 중심으로 관계증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과 일본은 미래를 위해 손잡고 있는데 우리의 외교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한일관계는 역사갈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나빠지고 있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후 ‘강 대 강’ 대치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5월로 예정된 한일경제인회의가 9월로 연기되는 등 외교갈등이 경제 분야로 확산되는 조짐마저 보인다. 한중관계도 북한 핵과 사드(THAAD)에 발목이 잡혀 소원한 상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갈수록 꼬이고 있다. 중일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두 나라와 모두 얼굴을 붉히고 있는 형국이다.
오죽하면 동북아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겠는가.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사과 한 마디 없거나 옹졸한 경제보복을 거두지 않는 일본과 중국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두 나라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역사·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등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경제협력의 끈마저 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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