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이크 핏(snake pit·뱀구덩이)을 통과하라.’
21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총상금 670만달러)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내려진 과제다.
대회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파71·7,340야드)는 지난해 평균 스코어가 거의 1오버파(71.968타)에 달했다. 독사를 뜻하는 코퍼헤드 코스 중에서도 특히 스네이크 핏이라 불리는 16번(파4)-17번(파3)-18번홀(파4)이 위협적이다. 홀의 폭이 좁고 구불구불해 붙은 이름이다. 지난 2000년부터 이 대회를 개최해온 이래 이 3개 홀은 평균 언더파 스코어를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16~18번홀 평균 타수는 11.607타였다. 18개 홀 전체에서 잃은 0.968타 가운데 이 구간에서만 0.607타를 까먹은 것이다. 지난해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나흘 동안 난공불락의 3개 홀에서 1오버파로 잘 버틴 끝에 정상에 올랐다.
스네이크 핏은 18일 끝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무대인 소그래스TPC의 16~18번홀, 웰스파고 챔피언십 개최지 퀘일할로의 ‘그린 마일’이라 불리는 16~18번홀과 함께 PGA 투어의 가장 험난한 마무리 홀들로 꼽힌다. 16번홀(475야드)은 페어웨이 오른쪽에 호수가 자리하고 있으며 215야드나 되는 파3의 17번홀은 폭이 좁은 그린을 4개의 벙커가 둘러싸고 있다. 마지막 18번홀(445야드)은 오르막인 페어웨이에 수많은 벙커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직후여서 일부 톱 랭커들이 휴식을 택했지만 세계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미국) 등 강자들의 이름이 적지 않다. 2010년 이후 9년 만에 출전하는 존슨은 최근 7주 동안 2승을 거뒀지만 장타 친화 코스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케이시가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가운데 세계 10위 욘 람(스페인), 11위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12위 제이슨 데이(호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부활을 알린 백전노장 짐 퓨릭(미국) 등이 출전한다.
한국 팬들은 맏형 최경주(49·SK텔레콤)와 막내 임성재(21·CJ대한통운)에 눈길이 간다. PGA 투어 통산 8승 중 2승(2002·2006년)을 이 대회에서 수확한 최경주는 지난달 제네시스 오픈과 피닉스 오픈에서 연속 컷 오프됐던 부진을 떨쳐내는 게 급선무다. 톱10에 세 차례 입상하며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임성재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컷 오프의 아쉬움을 씻으려 한다. 이달 초 혼다 클래식에서 공동 7위로 생애 첫 톱10을 기록한 이경훈(28), 2주 전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6위를 차지한 강성훈(32·이상 CJ대한통운)은 샷 감각을 이어간다는 각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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