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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칼럼] 어떻게 중국을 추격할 것인가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中사회 4차산업 핵심 5G 중심으로

미래 존재방식 바꾸기 위한 실험장돼

불확실성시대 국가·시장은 운명공동체

中 따라잡을 전략적 시야 확보해야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




중국 현대의 분수령이 됐던 지난 1919년 5·4운동은 서구에 의해 강제로 열린 근대 유산을 극복한 정치·사상·문화운동이었다. 당시 중국 지식인들은 중국의 미래를 둘러싸고 ‘문제와 주의(主義)’ 논쟁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자유주의자들은 “듣기 좋은 ‘주의’는 지극히 쉬운 일이며 고양이나 개도 할 수 있고 앵무새와 축음기가 하는 일”이라고 이념의 과잉을 조롱했지만 러시아혁명의 세례를 받았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상을 선전하는 ‘주의’와 실제는 결합된 것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동에 의존해야 하고 공동이상”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100년 동안 중국은 한 번은 ‘주의’를 통해 혁명의 시대를 열었고 또 한 번은 ‘문제’를 통해 개혁개방의 시대를 열었다. 지금 시진핑 시대는 문제와 주의를 결합해 중국의 미래를 보여주고자 한다. 3월15일에 종료된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기 2차 회의는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줬다.

물론 단기적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적극적 재정정책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엔진을 데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과학입국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목표를 보다 분명히 했고 이것은 ‘인터넷 플러스전략’을 ‘스마트 플러스’로 바꾸고 온 중국을 스마트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나타났다. 즉 불확실성·불안정성·불명확성·불예측성이 나타나고 체제경쟁·규범경쟁·제도경쟁을 둘러싼 협력과 갈등이 지루하게 전개되는 대전환기에 치명적인 게임 체인저의 요소를 찾는 데 국가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종합국력 차이는 여전하지만 영역별로 그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일부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기술의 역전이 이뤄졌다.



중국은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의 차선을 바꾸고 곡선주로에서 과감한 추월을 시도 중이다. 중국 사회는 4차산업의 핵심인 5세대 이동통신(5G)을 중심으로 빅데이터·인공지능(AI)·위성항법장치 등을 연계해 미래사회의 존재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실험장이 되고 있다. 사실 5G의 핵심요소인 네트워크 분야에서의 기술적 우위도 14억명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것이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를 보안 문제를 걸어 지속적으로 때리는 것도 소프트웨어에서 추격을 허용한 초조함의 발로다. 그러나 가성비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통신시장의 질서를 미국이 대안 제공 없이 힘으로만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영국과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는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정책 공조가 약화되고 있다. 공고한 안보동맹만으로는 역동적 시장 질서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의 미래전략은 이 공간을 자신의 방식으로 파고들고 있다. 첫째, 집단적 지혜다.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은 약 8,000명에 달하는 전문가들이 수년에 걸쳐 토론한 결과다. 우선 대학부터 혁신하고 있다. 둘째, 융합과 복합이다. 이를 통해 전통적 경계를 허물고 창업과 산관학의 생태계를 다시 짜고 있다. 청나라 강희제가 만리장성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고백을 연상시킨다. 셋째, 과감한 수용성이다. 이미 5G가 만든 원격수술이 궤도에 올랐고 주방장 없는 식당도 곳곳에 등장했다. 넷째, 동태적 변화다. 현재의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ing)는 항상 잠정적이다. 중국은 세상이 바뀌는 길목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지금의 것을 버릴 준비를 한다. 인구수보다 많은 휴대폰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는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실험 후 확산이다. 생각을 담론으로 바꾸고 이를 정책으로 하는 일련의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침투하고 있다. 여섯째, 협동성이다. 미래를 단순히 시장의 효율에 맡겨두기만은 어렵다. 제4차 산업혁명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국가와 시장은 운명공동체다. 국가가 각종 인프라를 깔고 시장이 여기에 올라타지 않는 한 이 거대한 파고를 넘기 어렵다. 과거에 중국이 우리를 추격해 온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어떻게 중국을 추격할 것인가 하는 전략적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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